박 대통령, 박원순 시장과 국무회의서 누리과정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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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누리과정 지원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날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오른 누리과정 예산 지원 방안이 문제가 됐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또는 일부 편성한 교육청에 목적예비비로 3000원을 우선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해 경기ㆍ광주ㆍ전북ㆍ강원 등 5개 교육청이 대상에서 제외되자 이날 회의에 배석자 신분으로 참석한 박 시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박 시장은 “누리과정을 둘러싼 국민들의 걱정,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 교육 재정을 어떻게 확충하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조속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금 서울시 교육청을 비롯한 몇 개 교육청이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받아쳤다. 이준식 사회부총리도 “학부모와 학생의 걱정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예산을 빨리 편성해달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니 잘 협력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을 듣고 있던 박 대통령은 황 총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박 시장을 바라보며 “이미 예산을 지원했는데 또 지원해야 하냐”고 반문한 뒤, “서울시는 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이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또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 예산편성은 법적 의무사항”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박 시장은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서울시교육청 등과 협의하고 있으며, 현재의 교육재정 여건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4~5개월 밖에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박 시장은 “교육재정 여건에 대한 여러 이견이 있으니 대안 마련을 위해 대통령께서 관련 당사자 전체를 아우르는 회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이 박 시장에게 “지난해 시도지사ㆍ교육감 협의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예산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찬성하지 않았느냐”며 질책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서울시 측은 “‘시도지사ㆍ교육감 협의회’란 단체도 없는데다 지난해 시ㆍ도지사협의회에서는 관련 안건이 상정되거나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서울시는 “박 시장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예산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국무회의 후, 회의장을 나오는 박 시장에게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 시장님, 국무회의를 국회 상임위원회식으로 하면 어떡합니까’라고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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