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알파인 경기장 설계자 "세계적인 코스 만들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정선 알파인 경기장 전경. [사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월드 클래스다."

6·7일, 2016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이 치러질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설계한 버나드 루시(68·스위스)가 한 말이다. 루시는 4일 강릉 단오공원 임시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가 탄생해 막 걸음마를 떼려고 하는 느낌"이라면서 "활강 코스로선 세계 일류 수준이다. 여러 면에서 훌륭한 경기장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스키 코스디자인 전문가인 루시는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활강 경기장도 직접 디자인한 바 있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183만㎡의 부지에 들어선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슬로프 길이 2648m, 표고차(출발과 도착 지점의 고도 차이)가 825m에 달하는 국내 첫 알파인 스키 활강 코스 경기장이다. 환경 단체의 반발로 코스 설계가 바뀌고, 연약한 지반에 어려웠던 제설 작업을 거쳐 FIS에서 요구한 공정률 60% 이상(62%)을 맞췄다.

기사 이미지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설계한 버나드 루시. 정선=김지한 기자

루시는 "2001년 8월에 처음 여기에 와서 15년 만에 경기장 코스가 완성됐다. 설계, 건립 과정에서 많은 허가를 받아야 했고, 올림픽 유치도 3번이나 도전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지나 (공사를 시작한 지) 단기간에 건설돼 세계 기록을 세운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자연을 최대한 살린 코스 설계로 주목을 끌었다. 경기장이 있는 가리왕산의 지형과 나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스타트 지점도 수정해 남·녀 활강 코스가 같은 곳에서 열리게 됐다.

루시는 "코스를 만들면서 산에 나무들이 많은 걸 봤다. 코스를 옆으로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이스를 펼치다 점프를 하는 곳도 4곳 만들었다.

루시는 "코스마다 성격이 있어서 다른 곳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턴을 하거나 점프하는 지점이 쉼없이 이어진다. 특히 4개의 점프 코스는 훌륭하다"고 했다.

코스 난이도도 조절할 수 있다. 그는 "코스에서 여러가지 세팅을 빼고 더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보완하면 더 높은 수준의 난이도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녀 코스를 하나로 통일한 건 FIS에서도 전례없는 일이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도 더 많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는 코스의 일부 지점을 '블루 드래곤 밸리' '매직 트리' 등으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는 "조금 늦은 시간에 코스를 보다가 푸르스름한 빛깔이 난 걸 봤다. 그걸 보고 블루(blue·파란색)라는 단어가 생각났고, 그 지점에 용이 튀어나올 거 같은 느낌에 '블루 드래곤 밸리'라고 지었다"고 소개하면서 "다른 지점들도 몇 주에서 몇 달 내로 이름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는 만들어졌지만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루시는 "지반 작업을 하면서 설계한대로 되지 않은 곳이 3군데 있다. 두 번째 점프하는 부분도 거리를 좀 더 늘리는 걸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가 끝난 뒤에 추가적인 작업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선 월드컵 활강 종목에 참가할 57명의 선수들이 1차 공식 연습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정선 코스에 대해 크게 만족해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수퍼대회전 금메달리스트인 셰틸 얀스루드(노르웨이)는 "눈 상태가 훌륭하고, 모든 조건이 좋았다"고 했고, 올 시즌 활강 세계 2위 페터 필(이탈리아)은 연신 '완벽' '훌륭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일부 시설이 부족한 건 있지만 슬로프 상태나 환경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첫 테스트 이벤트로 열릴 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은 6일 활강, 7일 수퍼대회전이 치러진다.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