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 펀드로 돈 들어온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어느 해 보다 힘든 한 달이었다. 1월 동안 중국 증시는 끊임없이 출렁였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고꾸라졌다. 투자 심리가 얼어 붙으며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확실한 호재가 없어도 주가가 오른다는 ‘1월 효과’는커녕 ‘1월의 저주’로 불릴 만한 수준의 폭락이었다.

기사 이미지

개인투자자 투자전략 변화
중국 본토 펀드 1298억 유입
체력 다진 유럽펀드 주목
국내펀드는 바이오 선전
파생상품 투자펀드는 주의

주식형 펀드의 성적이 곤두박질하는 건 당연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시중에 판매되는 국내외 주식형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연초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 유형은 하나도 없었다.

해외펀드의 성적이 더 안 좋았다.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96%였다. 지역별론 중국이 가장 어려웠다. 중국본토펀드는 한 달 사이 투자금을 4분의 1이나 날렸다. 하락률이 24.28%였다.

홍콩 H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도 15.45%나 손해를 봤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중동·아프리카(-11.60%)와 브라질(-11.11%), 친디아(-10.16%), 중남미펀드(-10.03%) 도 줄줄이 손실을 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낸 유럽과 일본마저 각각 -6.39%와 -9.26%의 수익률를 냈다.

지난 한 달간의 어려움에도 시장에선 2월부터 세계 증시가 바닥을 치고 오를 것이란 기대가 조심스레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중국이다. 지난달 중국과 홍콩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들 펀드로는 오히려 자금이 들어왔다. 연초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중국 본토 펀드엔 총 1298억원의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홍콩H주 펀드에도 451억원 가량이 몰렸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중국 본토 펀드에선 지난해 12월에만 858억원이 빠져나갔다. 홍콩H주 펀드에서도 144억원이 유출됐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워낙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설 연휴(8~12일) 이후 중국 정부가 개입해 중국 증시가 회복할 거란 기대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중국펀드에 유입된 자금 중엔 레버리지 펀드로 들어온 돈의 비중이 크다. 레버리지 펀드는 파생상품을 활용해 주가가 실제 올라간 것보다 높은 수익을 낸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더 큰 손해를 본다.

유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2015년 이후 보여준 변동성을 보면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진 적은 액수로 단기간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은 현재 경기부양보단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어 단기간에 지수가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펀드 중에선 유럽펀드의 회복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유럽은 2008년 금융 위기, 2012년 재정 위기를 이미 겪어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하다”며 “2월 말~3월 초에 경기부양책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해외주식형 펀드에 비해 선전한 국내 펀드도 주목을 받고 있다. 1월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손실률은 해외 주식형 펀드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중소형주나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는 증시 상황에 비해 선방을 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이들 펀드에 투자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