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뉴햄프셔에서도 깜짝" vs 클린턴 "대통령 되려면 이력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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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밤(현지시간)부터 2일 새벽에 걸쳐 아이오와주에서 격전을 치른 미국 민주·공화당 경선 후보들은 무대를 뉴햄프셔주로 옮겼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접전을 펼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2일 새벽 5시 뉴햄프셔 바우의 픽업트럭 위에 서 있었다. 뉴햄프셔에 막 도착한 샌더스를 보기 위해 동이 트기도 전에 지지자들이 모여 환호했다. 즉석에서 아내 제인과 트럭 위로 올라간 그는 고무된 표정으로 "여러분이 알다시피 우리는 아이오와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뉴햄프셔에서도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 여론조사(지난달 27~30일)에서 샌더스는 57%로 클린턴(34%)을 23%포인트나 앞섰다. 샌더스 진영은 "뉴햄프셔는 2008년 아이오와에서 참패한 클린턴이 바로 만회하며 기사회생한 곳"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샌더스 인기가 배가되는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에 차 있다.

샌더스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이후 하루 만에 300만 달러(36억6000만원)의 후원금이 쇄도했다. 든든한 자금을 바탕으로 뉴햄프셔에 TV광고로 100만 달러(12억원)를 추가 투입키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샌더스 후보 측은 수중에 2800만 달러(336억원)를 확보해 클린턴(380만 달러·460억원)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민주당은 그 동안 (좌클릭으로) 변했다"며 샌더스의 약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란 견해를 보였다.

아이오와에서 신승을 거둔 클린턴은 2일 아침부터 뉴햄프셔에서 유세했다. CNN과의 인터뷰에선 "1일 밤은 정말 짜릿했다"고 털어놓았다. 클린턴은 "난 뉴햄프셔 유권자들이 이웃동네 출신인 샌더스에 우호적 경향을 보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려면 '좋은 결과를 가져 온 이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캠프에선 당초 뉴햄프셔를 포기하고 네바다주(20일)·사우스캐롤라이나(27일) 등 다음 지역에 주력할 방침이었지만 클린턴의 강한 요망에 따라 뉴햄프셔에서 승부를 거는 쪽으로 선회했다.

예상을 뒤엎고 아이오와 1위를 차지한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은 세몰이에 나섰다. 2일과 3일 뉴햄프셔 7곳에서 유세하며 아이오와에서 재미를 본 발로 뛰는 선거전을 펼친다.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까지 차지해 '크루즈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작전이다.

다급해진 건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아이오와 패배의 충격 탓인지 트위터에서 15시간 잠수를 탔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이처럼 장시간 침묵을 지킨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잠수를 끝내곤 바로 "언론이 나의 훌륭한 성적(2위)에 대해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내가 유일하게 수퍼팩(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정치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내 돈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유권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미 언론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크루즈)에 20%포인트 이상 앞서있는 뉴햄프셔마저 패할 경우 사실상 트럼프는 경선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아이오와 경선 와중에도 뉴햄프셔를 찾았다. 아이오와에서 강력한 3위로 부상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은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기점으로 ‘본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임을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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