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원유에 베팅하라더니 1000억 손실…“제2의 키코사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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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가하락 영향으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서 1000억원대 손실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원유 DLS 발행ㆍ상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DLS는 국제유가 같은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를 주지만, 만기 때 국제유가가 가입 당시의 40~60%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주가연계증권(ELS)도 이와 비슷한 구조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원유 DLS 발행액(8257억원) 중 투자자에게 돌려준 상환액은 7140억원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총 1117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수익률로 따지면 -13.5%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의 수익률(-56.5%)이 가장 저조했다. 만기가 돌아온 946억원어치의 DLS 중 412억원만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유안타증권(-23.8%)ㆍ대신증권(-17.1%)ㆍ신한금융투자(-14.4%)도 손실이 컸다. 반면 하이투자증권(2.3%)ㆍ삼성증권(1.6%)ㆍ하나금융투자(1%)ㆍ한화투자증권(0.7%) 등은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선방했다.

신 의원은 “DLS 원금손실 현실화에 이어 ELS까지 손실이 나면 ‘제2의 키코 사태’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판매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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