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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잡으니 주가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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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1월 28일 67만6000원이었던 LG생활건강의 지난 27일 종가는 99만원이다. 1년 동안의 상승률이 46.4%에 달했다.

LG생활건강 주가 1년간 46% 급등
신영와코루 42%, 한섬 32% 올라
여성소비재 펀드도 덩달아 고수익

상승률이 컸던 종목은 또 있다. 지난 1년간 신영와코루는 41.7%, 한섬은 31.7%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코스피 지수가 2.7%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이들 종목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성 소비가 많은 화장품과 속옷, 의류 등을 생산하는 대표적 여성 소비재 업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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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매출 증가가 있었다. 이 업체는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인 ‘후’, ‘오휘’, ‘숨’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액은 2014년보다 13.9% 증가한 5조3285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은 “올해 LG생활건강의 매출액은 6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2% 성장했고 중국 화장품 사업도 43%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섬은 ‘타임’(Time), ‘마인’(MINE) 등의 여성 고가 의류 브랜드로 유명한 업체이고 신영와코루는 여성 란제리 생산업체다.

개별 종목뿐이 아니다. 여성 소비재 업체에 많이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신자산운용의 ‘대신아시아컨슈머’ 펀드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1월 27일까지 10.6%의 수익을 냈다. 올 들어서도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중국 증시 급락으로 1월 1일부터 1월 28일까지 코스피지수가 2% 넘게 하락했지만 이 펀드는 같은 기간 1%의 수익을 냈다.

대신아시아컨슈머펀드는 아시아 여성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특화 펀드다. 여성이 주로 소비하는 화장품이나 속옷·가전제품과 같이 여성 소비 구매력이 높은 기업들을 말한다.

김미연 대신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여성은 성향이 남성보다 까다롭지만 제품에 한번 만족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그 제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11월 2일 기준으로 한섬 주식을 5.6% 담았고, LG생활건강에도 5.4%의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4.5%)보다 높은 투자 비중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의 ‘쉬앤드스타일(She&style)’ 펀드도 최근 1년간 9.1%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여성 구매력이 높거나 여성 관련 매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1년간 화장품과 의류, 제약 업체 등이 두드러지게 성장하면서 펀드도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화장품이나 식음료, 개인생활용품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여성 소비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컨슈머펀드’도 강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7일 현재 컨슈머펀드와 명품 브랜드에 투자하는 ‘럭셔리펀드’는 각각 2%와 1%의 1년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3.2%)나 해외 주식평 펀드(-13.6%) 수익률에 비하면 선방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뿐 아니라 영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장품이나 속옷과 같은 특정 제품의 소비는 여전히 증가할 조짐이다.

여기에 고소득 여성이 늘고 결혼이 늦어지면서 여성의 소비 제품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여성의 주류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음주빈도를 조사한 결과 남성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비율이 1994년 58%에서 2015년 52%로 줄어든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 8%에서 18%로 늘었다.

김미연 본부장은 “남성이 주로 소비하는 제품인 휴대폰이나 자동차에 대한 여성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 소비 테마에 해당하는 종목이 있다면 펀드에 편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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