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안 잔다며 아이에게 무서운 영상 보여준 보육교사 벌금형

중앙일보

입력

 
낮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무서운 영상을 보여줘 공포를 느끼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 1단독 박정길 부장판사는 28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7·여)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춘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2월 16일 오후 1시40분쯤 B군(3)이 낮잠을 자지 않자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무서운 영상을 보여줘 공포심을 일으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영상을 본 B군은 다리가 떨릴 정도의 공포를 느꼈고 불안감과 두려움을 호소하다 심리치료를 받았다.

A씨는 법정에서 “무서운 영상을 보여준 사실이 없다. 오히려 B군이 종종 사소한 것에 놀라 팔과 다리를 떨면서 우는 기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휴대전화에 ‘도깨비 어플’이 설치된 점과 B군이 “엄마 말을 듣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으면 유령이 나타나 잡아가요?”라며 부모에게 물은 점 등을 근거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체·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어린 아동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행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벌금형이 확정되면 10년간 어린이집 운영하거나 근무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깨비 어플은 전화 예약을 통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도깨비나 처녀귀신 등의 이름으로 전화가 오게 한 뒤 전화를 받으면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나 말을 안 듣는 아이를 바꿔달라고 호통쳐 겁을 주는 서비스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