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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강 세계 1위' 노르웨이 스키 영웅 스빈달, 부상 때문에 정선 월드컵 못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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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룬 스빈달. [사진 스빈달 인스타그램]

알파인 스키 활강은 눈 덮인 슬로프에서 스피드를 온 몸으로 느끼는 종목이다. 최고 경사각 30도, 표고차(출발과 도착 지점의 고도차) 800~1100m에 달하는 가파른 눈밭을 질주하다보면 다칠 위험도 높다.

세계 1위 '스키 황제'조차 아찔한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알파인 스키 월드컵에도 참가하지 못한다.

노르웨이의 '스키 영웅' 악셀 룬 스빈달(34)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키츠뷔헬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활강 경기 도중 중심을 잃고 넘어져 오른 무릎을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스빈달은 이날 슬로프를 내려오다 급경사 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공중으로 한차례 튀어오르는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넘어진 뒤에도 슬로프에서 미끄러져 코스를 이탈한 뒤, 삼중으로 된 안전 펜스가 크게 망가졌을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다.

의료용 카트에 실려 나간 스빈달은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고, 진단 결과 오른 무릎 전방 십자인대와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돼 수술을 받았다.

공영방송 NRK 등 노르웨이 언론들은 25일 '스빈달이 올 시즌 잔여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약 9~12개월 가량 재활 기간이 예상되지만 언제 복귀할 지 여부도 알 수 없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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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SNS를 통해 부상 뒤 수술 상황을 전한 악셀 룬 스빈달. [사진 스빈달 인스타그램]

스빈달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한 병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운이 나빴다. 레이스 당시 슬로프 상황이 나빴다. 마치 눈 먼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면서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재활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이 대회에선 스빈달 외에도 6명이 레이스 도중 넘어졌고, 부상자가 속출하자 27명이 레이스를 치르지 못했다.

스빈달은 2001년 성인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뒤, 세계선수권만 통산 5차례 우승하고, 월드컵을 32차례나 우승한 현역 최고 알파인 스키 스타다. 올 시즌에도 활강, 수퍼대회전 등 스피드를 겨루는 알파인 스키 종목에서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렸다.

사고를 당하기 하루 전인 22일에도 수퍼대회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아우디, 헤드 등 개인 스폰서 지원 기업만 9개나 되고, 영화 배우로도 활동하는 등 노르웨이에선 국민 스타다. 2014년 2월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엔 노르웨이 선수단 기수로도 나섰다.

그러나 부상도 잦았다. 2007년에도 레이스 도중 중심을 잃고 넘어져 약 1년간 쉬었다. 황당한 부상도 경험했다. 2014년 10월엔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2014-15 시즌을 통째로 접었다. 소치 겨울올림픽 땐 대회 도중 콘크리트 알레르기 때문에 일부 종목을 포기했고, 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다.

이번 부상으로 스빈달은 다음달 6·7일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릴 알파인 월드컵에도 나서지 못하게 됐다. 한국에서 처음 지어진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장에서 남자 활강, 수퍼대회전만 치르는 이 대회는 당초 17개국 84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 수퍼대회전이 치러질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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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 스키 활강은 장비에만 의존해 슬로프를 내려오는데 최고 시속만 150㎞에 달한다. 그래서 세계 1위도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져 다치는 사례가 발생한다.

여자 활강 세계 1위인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도 지난 2013년 2월, 세계선수권 레이스 도중 넘어져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오른 무릎 십자인대와 내측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1년 뒤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도 아예 포기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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