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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적자기업 만든 정부의 ‘빗나간 전력 예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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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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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민간 발전사들이 울고 있다. 민간 발전사들은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98기가와트)중 20%를 맡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돌려도 전기가 모자랄 때를 대비한 LNG발전소들이 대개 민간 발전사의 것들이다. 문제는 평균 가동률이다. 지난해 가동률은 업체 별로 45%선이었다. 올해 가동률은 30%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LNG발전소의 가동률은 67%였다.

 사정이 이러니 경영 실적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 업계 1위인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1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2위인 GS EPS는 17억원의 적자를 봤다. 매출도 각각 24%~52%씩 줄었다. 경기를 내다보고 위기에 대응하는 일은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민간 발전사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이 타격을 입은 배경엔 정부의 빗나간 수요 예측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에서 “연간 3~4%씩 전력 수요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1년 경험한 대규모 전력부족 사태의 악몽 때문에 발전 설비를 늘리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전력이 남아돌자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한국전력이 민간 발전사에 지급하는 설비투자 보조금(용량요금)을 전력설비 예비율과 엄격히 연동시켜 지급하겠다고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보조금은 발전소 1기당 짓는데 드는 돈이 1조원에 달할 정도로 부담이 크니 이를 일정 부분 지원해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다.

 새 방침은 전력 예비율이 15%가 넘으면 민간 발전사에 주는 돈을 깎도록 했다. 하지만 예비율은 지난해 이미 23%를 넘어섰다. 2020년이면 예비율이 50%에 달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이번 조치로 올해 약 4000억원, 내년엔 1조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력 부족 사태가 우려될땐 발전소를 지으라더니 이젠 민간의 아우성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 12조60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증권가에서 보고 있다. “최소한 예비율 기준을 현실에 맞게 올려 달라”는 원성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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