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벨트가 꿈틀댄다…조경태 의원 탈당 도화선

중앙일보

입력

낙동강 벨트를 둘러싼 4·13 총선 지형이 꿈틀대고 있다. 총선 80여일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조경태(부산 사하을·3선) 의원이 탈당한 게 도화선이다.

낙동강 벨트는 좁게 말하면 부산 사상과 사하 갑·을, 북-강서 갑·을 등 5개 지역구를 가리킨다. 요즘엔 낙동강 서쪽의 경남 김해 갑·을과 양산 등으로 넓혀 8개 지역구를 일컬을 때가 많다. 4년 전 19대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 5석, 민주통합당 3석(문재인 대표, 조 의원, 김해갑 민홍철 의원)이었다. 영남에서의 새누리당 영향력을 감안하면 야당으로선 대단한 성과다. 그런 만큼 조 의원의 탈당은 낙동강 벨트의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선거 결과가 정국에 미칠 영향도 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부산 영도)가 있는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가 인접해 있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고향도 부산이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박민식 의원은 “낙동강 벨트는 단순히 부산·경남(PK)지역의 선거 판세 뿐 아니라 전국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요충지"라며 "차기 대선 주자인 김·문 대표 외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고향이라는 상징성도 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조 의원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후보로 2차례, 무소속으로 1차례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오 전 장관을 문 대표의 지역구인 사상에 내보내 부산에서 전승을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조 의원의 탈당에는 친박계 핵심 인사들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많다.

PK 정가에선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그동안 조 의원을 집요하게 설득해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새누리당의 부산지역 초선 의원은 “PK 지역에서 야당 바람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 대표를 견제하는데도 조 의원의 입당만한 카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의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내에서 조 의원을 비토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조 의원의 지역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조 의원이 3선을 하는 동안 야당 의원으로서의 정서를 주민들에게 인정받았을텐데, 하루아침에 다 팽개치고 탈당해 새누리당을 노크하는 것은 정치 신의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기대에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과 더불어 더민주 민홍철(김해갑) 의원에게도 새누리당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민 의원의 옆 지역구에선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 뛰고 있다. 민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해는 노 전 대통령의 정서가 강한 곳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서도 깔려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