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 “엄마, 하늘에서 봐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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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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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외국인 선수 아이라 클라크(41·2m2cm·사진)는 ‘시계 형님’으로 불린다. 40대인 클라크(Clark)는 이름이 ‘시계(clock)’와 발음이 비슷한데다 시계처럼 정확한 역할을 해준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미국 거주 어머니 17일 암으로 별세
장례 참석 않고 모비스 팀 경기 출전

클라크는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가 끝난 17일 밤 미국에 사는 어머니(58)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했다.

 모비스 관계자는 19일 “클라크 어머니는 12년 전부터 간암으로 투병생활을 했다. 지난해 재수술을 받고도 병이 악화됐다”며 “클라크는 올스타전(10일) 휴식기에 고향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다녀왔다.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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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의 클라크가 자신의 SNS에 어머니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사진 클라크 페이스북]

클라크가 미국에 다녀온 뒤 일주일만에 결국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클라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엄마 편히 잠드세요. 더 이상의 고통은 없어요. 당신을 사랑하고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사랑해요’란 글을 남겼다.

 클라크는 비보를 접한 지 이틀 만인 19일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팀 훈련에 참가했다. 클라크는 구단 관계자에게 “올스타 휴식기에 미국에 가서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게 됐다”며 “가족들이 ‘장례는 우리가 잘 마무리할테니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경기에 집중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클라크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한국에 남아 팀을 위해 뛰기로 했다. 올 시즌 선두 모비스(28승14패)는 2위 오리온에 한 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올 시즌 평균 15점, 7.8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클라크는 지난 인삼공사전에서 어이없이 자유투를 허공으로 날려보내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클라크가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하더라. 불혹이 넘었지만 정말 성실하다. 국내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클라크는 비록 장례식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23일 동부와의 홈경기에 동료들과 함께 근조 리본을 달고 출전할 예정이다.

용인=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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