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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복합’ 한국 1호, 함께 뛰는 아빠와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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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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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US컵 스키점프에서 도약하는 박제언. [사진 대한스키협회]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15개 종목에 걸쳐 경쟁을 벌인다. 이 가운데 노르딕 복합은 특히 낯설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 한 번도 서지 못한 생소한 종목이다.

미리보는 평창 스타
박기호·박제언 부자

한국 노르딕 복합의 선두주자는 박제언(23·한국체대)이다. 박기호(53) 노르딕 복합 대표팀 감독이 그의 아버지다. 한국 노르딕 복합의 미래가 이들 부자(父子)에게 달려 있다.

 박기호 감독과 박제언은 한국 겨울스포츠 사상 최초의 부자 국가대표다. 아버지 박 감독은 1984년 사라예보, 88년 캘거리 겨울올림픽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했다.

박제언은 크로스컨트리 전국체전 3관왕(2006년)과 스키점프 국가대표(2012년)를 지냈다. 동생 박제윤(22·단국대)은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다. 어머니 김영숙(52)씨는 여자하키 대표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 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을 땄다.

박제언은 “다들 대표팀 생활이 바빠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날은 1년에 한 달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 감독은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에서 잔뼈가 굵은 아들 박제언을 ‘멀티 플레이어’로 키웠다.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가 결합한 노르딕 복합은 박제언에게 최적화된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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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左), 박제언(右)

박 감독은 “(지구력이 필요한) 크로스컨트리로는 유럽 선수들을 이기기 어렵다. 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노르딕 복합에서 일본이 메달(단체전 금, 개인전 은)을 따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 아들에게 노르딕 복합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박제언은 “아버지의 권유를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스키점프가 짜릿하다면 크로스컨트리는 승부욕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박제언이 새 종목을 개척하기 전까지 한국엔 노르딕 복합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실업팀도 없는데 국내 대회가 있을 리 없었다.

현재 노르딕 복합 대표선수는 박제언과 김봉주(23·한국체대) 2명 뿐이다. 지난해 5월 박 감독이 대표팀을 맡기 전까진 지도자도 없었다. 박제언은 “혼자 해외 대회에 참가할 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부자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함께 운동을 시작한다. 오전에 100m 가까운 높이의 스키점프장에서 점프를 하고, 오후에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한다. 박제언은 “아버지 잔소리가 많아지셨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눈치를 본다”며 웃었다.

 대한스키협회가 지난해 9월 독일 출신 틸 파이스트(45)를 스키점프 담당 코치를 영입한 뒤 박제언의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박제언은 지난달 11일 미국 유타주 솔저할로우에서 열린 대륙컵에서 24위에 올라 상위 30명에게 주어지는 다음 시즌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 스키 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10위권에 진입하는 게 박제언의 꿈이다.

박 감독이 “2018년엔 큰 일 한 번 내보자”고 하자 아들은 “개척자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노르딕 복합=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함께 치르는 종목. 1892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시작됐고, 남자부 경기만 열리는 게 특징이다. 오전에 스키점프 성적에 따라 크로스컨트리 출발 순서 우선권을 준 뒤 오후에 크로스컨트리 기록으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1924년 제1회 대회부터 빠지지 않고 겨울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다. 개인전(2개)·단체전(1개) 등 총 금메달 3개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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