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스페인산 족발 국산으로 둔갑해 109억원 상당 유통시킨 업자 적발

중앙일보

입력

수입산 족발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축산 유통업자와 이를 알면서도 이를 국내산으로 속여 손님들에게 판매한 음식점 업주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19일 원산지 허위 표시 등 혐의로 정모(44)씨를 구속하고 정씨를 도운 조모(42)씨와 이를 구해다 판매한 음식점 대표 김모(45)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인천시 부평구의 축산물가공 공장에서 칠레·스페인산 냉동족발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수도권 지역 200여 개 음식점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국내산으로 속여 납품한 수입 족발만 1978t, 109억원 상당으로 챙긴 돈만 12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족발은 전문가가 아니면 수입산과 국내산을 구분하지 못하는 점을 노렸다. 특히 냉동족발의 경우 해동하면 국내산과 더 구분하기 어렵다.

그는 2011년 돼지 구제역으로 국내산 족발 공급이 어려워지자 조카 명의로 유령업체를 설립한 뒤 수입 업체로부터 냉동 족발을 사들였다. 이후 이를 해동해 국내산 생족발과 7대 3 또는 2대 8비율로 섞어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국내산 생족발이라며 음식점에 납품했다.

정씨는 사들인 수입산 냉동족발을 국내산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허가 없이 잔털을 제거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 등 음식점 업주들은 정씨가 수입 족발을 국내산으로 허위 납품한 것을 알면서도 '국내산 생족발을 사용한다'고 홍보하며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런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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