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외국 로펌 진출 제약 말라” 국회에 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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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오른쪽)가 18일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외국법자문사법에 외국 로펌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찾아가 “한국의 법률시장 3차 개방안(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에 외국 로펌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에 항의
이상민 “그동안 법무부 너무 믿어”
변협 “주권 침해, 월권행위” 반발

법무부가 개정안을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리퍼트 대사 등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서한을 전달받고 난 직후 이 위원장은 “그동안 (내가) 법무부를 너무 믿었다”고 밝혀 갈등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서한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차원에서 지난해 법무부가 마련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은 한국과 외국 로펌의 합작법인 설립에 제약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작법인 설립 시 외국 로펌 지분율(49%) 제한과 참여 로펌의 업무경력 3년 이상 자격 기준, 법률사무 영역 제한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리퍼트 대사는 “법안을 검토하는 데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협회(외자협)의 의견을 고려해 달라”며 외자협이 만든 별도의 서한도 함께 전달했다. 외자협 회원사는 외국 로펌이 한국에 세운 법률사무소들이다. 법조계에선 “미국 대사가 직접 외국 로펌의 입장을 대신 전달하며 국회를 압박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에 설립된 외국법자문 법률사무소는 26곳으로 이 중 21곳이 미국 로펌이다. 서한에는 미국·영국·호주·유럽연합(EU)의 4개국 외교 사절 대표가 서명했다. 서한 끝부분에는 ‘참조’ 표시와 함께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종범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의 이름을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 의 통화에서 “FTA 상대국 4개 대사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법무부에서 정부 부처끼리 다 의논된 사항이라고 해서 믿었는데 왜 대사들이 나를 찾아오나. 그동안 법무부만 너무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논의된 사안으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안과 관련해 정부 부처 협의가 끝났기 때문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라며 “앞서 공청회를 통해 외자협 등의 의견도 수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리퍼트 대사 등 4개국 대사들이 이 위원장을 면담한 이후 김호철 법무부 법무실장이 이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추가 설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처리가 지연되자 대한변협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4개국 대사들이) 자국 로펌의 이익을 앞세워 국회를 항의 방문한 건 대한민국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국내 로펌에 차별을 강요하는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문병주·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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