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성매매 추정 6만 명 명단 수사

중앙일보

입력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성매매 고객 명단’으로 의심할 수 있는, 수만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엑셀 파일을 입수해 18일 수사에 착수했다.

‘컨설팅 전문회사’라고 주장하는 ‘라이언 앤 폭스’의 김웅 대표가 “성매매 조직 관계자로부터 받았다”며 경찰과 일부 언론에 넘긴 이 파일에는 6만 개 이상의 휴대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 아이디(ID)나 차량 번호, 외모 특징 등이 함께 쓰여 있는 경우도 많다. 강남역ㆍ신논현역 등 약속 장소는 물론, 시간과 성매매 가격 등도 기록돼 있다.

경찰이 입수한 이 파일에는 ‘경찰’이란 단어가 들어간 휴대전화번호도 40여 개가 있다. 일부 번호에는 ‘경찰같음’, ‘경찰 의심’ 등으로 적혀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경찰과 성매매 조직이 유착됐는지에 대해선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파일에 적혀있는 번호가 경찰이 맞는지, 경찰이 성매매 수사를 위해 접촉을 했을 가능성은 없는지 등 다각도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엑셀 파일 내용을 근거로 이 파일이 오피스텔을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해온 조직이 기록해 놓은 자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라이언 앤 폭스의 김 대표 역시 “서울 역삼동 성매매 조직 관계자로부터 수기장부 8권을 건네 받은 것을 엑셀 파일로 옮긴 것”이라며 “공익을 위해 파일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성매매 조직이 매일 20여 명의 여성들을 고용해 지난 5년간 1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 파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단순히 전화번호가 같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파일에 이름이 오른 이들 중 일부는 “당황 스럽다”, “전혀 모른다” 등 성매매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일부 전화번호는 수신이 정지되어 있거나 모르는 번호로 연결 조차 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파일이 유출됐을 경우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는 법리검토 등이 필요하다”면서 “파일의 제작 경위, 라이언 앤 폭스 대표의 입수 과정, 실제 성매매 관련 여부를 우선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홍상지ㆍ조한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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