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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디 VS 매닝' 수퍼보울 길목에서 세기의 맞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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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열 일곱 번째 '브래디-매닝 보울(Brady-Manning Bowl)'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을 대표하는 쿼터백 페이튼 매닝(40·덴버 브롱코스)과 톰 브래디(39·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오는 25일(한국시간) 콜로라도주 덴버의 스포츠 어서리티 필드에서 2015시즌 아메리칸풋볼컨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승자는 다음달 8일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수퍼보울(Super bowl)에 진출하게 된다.

◇11승 5패, 브래디 우세=두 선수는 지난 2001년 이후 16번 만났다. 브래디가 11승 5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네 차례 격돌해 2승 2패로 막상막하다. 가장 최근에 만난 건 2013시즌 AFC 챔피언십. 당시 경기에서는 매닝이 덴버의 26-16,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정규시즌에서도 대결을 펼칠 수 있었다. 이 경기를 앞두고 티켓 거래 시장(Secondary market)에서 400달러 대의 티켓 평균 가격은 719.28달러(약 87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매닝이 결장하면서 둘은 만나지 않았다.

매닝이 경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덴버는 30-24로 승리를 거뒀다. 마흔살 노장 매닝은 부상을 달고 산다. 2년 전 목 부상으로 은퇴설에 시달렸고, 올 시즌에는 발목 부상으로 정규시즌 16경기 중 6경기에 결장했다. 덴버는 매닝이 빠진 경기에서 '후계자' 브록 오스와일러(26)를 앞세워 4승 2패를 거뒀다. 그러나 게리 쿠비악(55) 감독은 매닝의 풍부한 경험에 기대를 걸고 플레이오프 주전으로 발탁했다. 18일 피츠버그 스틸러스와의 디비저널 플레이오프에서 매닝은 침착한 플레이로 팀 승리(23-16)를 이끌고 2년 만의 리턴매치를 성사시켰다.

지난 시즌 챔피언 뉴잉글랜드는 하루 앞선 17일 매사추세츠주 폭스보로의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비저널 플레이오프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27-20으로 물리쳤다. 브래디는 이날 42번의 패스 시도 중 28번을 정확하게 연결해 302야드 전진을 이끌어냈다. 브래디는 플레이오프 개인 통산 9번째 300야드 패싱 게임을 작성하고 매닝과 이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은 '필드 위의 사령탑(field general)'이라는 별칭답게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넓은 시야, 게임의 흐름을 읽는 눈, 판단력, 강한 어깨를 두루 갖춰야 한다. NFL 연봉 랭킹 상위 10명 중 8명이 쿼터백인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 쿼터백의 중요성은 더 크다. 쿼터백의 한순간 판단이 팀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조 몬타나(60·은퇴)를 잇는 최고의 쿼터백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확한 패싱 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렇다고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다. 미국의 통계조사기관인 해리스 폴(Harris Poll)은 지난달 31일 '위대한 스포츠 스타와 선호하는 종목’ 설문 결과를 발표했는데 매닝이 5위, 몬타나가 6위, 브래디는 9위에 올랐다. 그러나 미식축구 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몬타나-브래디-매닝 순이었다.

◇'흙수저' 브래디vs '금수저' 매닝=브래디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전체 199번)에 뽑힌,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흙수저'였다. 첫 시즌만 해도 한 경기에 교체 출전한 것이 전부였을 정도로 별 볼일 없던 선수였다. 그러나 빌 벨리칙(63) 감독을 만나 보석으로 재탄생했다. 그는 벨리칙 감독과 함께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퍼보울 우승 트로피(2001·2003·2004·2014시즌)를 모은 선수가 됐다.

강인한 체력과 개척 정신의 보여주는 NFL이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라면 브래디가 이끄는 뉴잉글랜드는 가장 미국적인 팀이다. 팀명(Patriots·애국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뉴잉글랜드 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코네티컷·메사추세츠 등 6개 주를 포함하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중심인 보스턴은 미국 독립 운동의 시초가 된 지역이다. 지난 2009년에는 톱 모델 지젤 번천(36·브라질)과 결혼해 큰 화제가 됐다.

2000년 입단 이후 줄곧 뉴잉글랜드에서만 뛰고 있는 브래디의 2016년 연봉(기본 연봉)은 900만달러(약 109억원). 화려한 경력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이다. 매닝이 1900만달러(230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과도 비교된다. 그러나 브래디는 뉴잉글랜드에서 은퇴하고자 금전적인 이익을 포기했다. 샐러리 캡(총액연봉상한제)의 여유가 많지 않은 뉴잉글랜드를 위해 연봉을 스스로 삭감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브래디는 미국인들이 열광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 그래서 그를 '미국의 연인'으로 부른다.

반면 98년 전체 1순위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에 지명된 매닝은 대표적인 풋볼 명문가(家) 출신이다. 70년대 활약한 아버지 아치 매닝(67)은 두 차례 프로볼(올스타전)에 뽑혔다. 동생인 일라이 매닝(35·뉴욕 자이언츠)도 정상급 쿼터백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부터 ‘풋볼 천재’로 명성을 떨쳤고, 프로 입단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아버지의 후광을 지독한 노력으로 극복해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 5차례(2003·2004·2008·2009·2013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고도 플레이오프에서 약한 징크스(수퍼보울 MVP 1회)로 눈물을 흘렸다. 동생(일라이)은 2011시즌 브래디를 꺾고 수퍼보울을 차지하면서 형(페이튼)의 한을 풀어줬다.

브래디와 매닝은 최고의 자리를 다툰 라이벌이지만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온 절친한 사이다. 최근 금지약물 복용 파문에 휩싸인 매닝을 향해 브래디는 “매닝을 지지한다. 그가 약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옹호했다.

◇NFC는 '늦깎이 스타' VS '떠오르는 스타'=내셔널풋볼컨퍼런스(NFC) 챔피언십 역시 쿼터백들의 대결이 흥미롭다.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카슨 팔머(37)는 삼십대 중반 이후 기량이 급성장한 '늦깎이 스타'다. 2003년 신시내티서 데뷔한 그는 2006년 무릎 수술, 2008년 팔꿈치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내리막길 걸었다. 2010년에는 은퇴를 선언했다 번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애리조나 이적 이후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2006년 이후 10년 만에 프로볼(올스타전)에 뽑혔다. 올해도 팀을 지구 1위로 이끌며 뒤늦은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애리조나와 대결을 펼칠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캠 뉴튼(27)은 '떠오르는 스타'다. 지난 시즌 30터치다운패스(35개)-10러싱터치다운(10개)를 동시에 넘은 NFL 최초의 선수인 그는 잘 던지고 잘 뛰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2011년 데뷔 첫해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다. 기량이 절정에 오른 올 시즌에는 캐롤라이나를 정규시즌 15승1패(전체 승률 1위)의 무적 팀으로 이끌며 시즌 MVP 수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뉴튼이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28)와 나눈 우정도 시즌 내내 화제가 됐다. 캐롤라이나와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시즌 중반까지 연승 행진(캐롤라이나 18연승, 골든스테이트 28연승)을 달렸다. 커리는 뉴턴에게 "수퍼보울까지 연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커리는 팬서스의 오랜 팬이지만 뉴튼은 커리의 팀 대신 연고 팀인 샬럿 호네츠를 응원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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