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개방 확대 ‘줄타기’하는 중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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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호 31면

중국 증시의 폭락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주가 하락으로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은 새해를 우려 속에 시작했다. 이달 4일 중국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7%에 달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만큼 큰 타격을 입었다. 신년 거래 첫날부터 정부가 매매를 중단시키고 주식시장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개인 투자자 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자들, 특히 자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임원급들도 주식 매각에 나섰다. 이 때문에 증권 규제 기관인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최근 주요 투자자가 회사 주식의 1%만 매각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감독위원회의 이 같은 발표는 이달 9일 발효돼 앞으로 석달간 유지된다.


최근 중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의 통화인 위안화가 하락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중국 상장 주식과 같은 위안화 자산을 매각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난제에 봉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같은 중국 정부의 양면적인 정책으로 인해 올해 중국 시장이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시장을 근심스럽게 보는 근거다.


중국 경제가 계획경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은행의 도산 가능성이나 과다 채무, 여타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것은 이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정부를 이끌어가는 공산당이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개방을 추구한다면 앞으로 경제에 대한 완전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경제 자유화를 추구하고, 특히 위안화에 대한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할수록 정부의 장악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실행될 것이다. 향후 중국의 목표와 이에 따른 시장의 잠재적 영향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중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나타내는 10개의 포인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 참조>


2013년 11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는 규제 완화, 금융 자유화, 국유기업(SOE) 개혁, 재정 개혁, 채권시장 개발을 포함한 10개 주요 사안을 발표했다. 비록 산업별로 재편이 되거나 중요성이 덜해지는 부문은 있겠지만, 중국이 개방경제와 국제적인 자본의 흐름에 발맞춰 위안화를 주요 국제 통화로 키워 시장 집중적인 경제로 발돋움하려는 방향성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경험한 시장 변동성이 올해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시장에서 변동성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투자자들은 이와 같은 현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우리는 잠재적인 투자 기회를 눈여겨 봄으로써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 변동성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한편으로는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더욱 자유로운 시장을 추구하는 것은 균형을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중국의 성장이나 장기적인 투자 전망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올해 6%대로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상당히 우량한 수준이다. 성장률은 매우 높았지만, 규모가 작았던 몇 년 전에 비해 오늘날의 중국 경제 규모는 달러화 기준으로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성장 둔화의 측면만을 보고 있는 많은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견해로는 중국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훌륭하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중국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고, 중국이 수출 지향적인 경제에서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모델로 계획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볼 때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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