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옵션 취소 때 위약금 폭탄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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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4월 A씨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487만원에 시스템에어컨을 옵션으로 설치하기로 계약했다. 생각이 바뀌어 해지를 요청했더니 건설사에서 계약 조건이라며 100만원을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A씨는 에어컨 값의 20%가 넘는 돈을 꼼짝없이 물었다.

경제부처, 신년 업무보고
공정위, 피해 감시 강화
항공권 취소 과다 수수료 낮추고
해외 구매대행 표준약관 만들어

지난해 B씨는 여행사를 통해 필리핀 마닐라로 11월 27일 출발하는 항공권을 샀다. 집안 사정 때문에 그 달 2일 “항공권을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항공사에서 10만원, 여행사에서 3만원을 떼고 남은 돈만 돌려줬다. 25일 전에 요청을 했는데도 항공권 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취소수수료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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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오른쪽)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부처 합동브리핑을 열었다. 오른쪽부터 유부총리,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호인 국토해양부 장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사의 아파트 옵션과 항공권을 취소할 때 붙는 ‘위약금 폭탄’에 메스를 댄다. ‘미세먼지를 차단한다’는 자동차 에어컨 필터와 공기청정기 회사의 허위·과장 광고 혐의도 조사한다.

14일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이런 생활 밀착형 소비자 피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보고를 했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아파트 옵션상품 공급계약서, 항공·여행사의 항공권 취소수수료, 병원 수술동의서 중 소비자 권익을 제한하는 불공정 약관을 시정토록 하고 표준약관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옵션상품 가격의 10%가 넘는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거나 옵션 대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주까지 막는 건설사 관행에 제동을 건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약관을 고치도록 시정 조치를 할 계획이다. 요청한 날짜와 상관없이 일정액으로 과도한 취소수수료를 물리는 항공사와 여행사의 불공정 약관을 고친다.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해외구매대행 관련 표준약관도 제정한다. 반품 가능 기간과 배송 현황을 의무적으로 통지하고 반품 거부와 배송 지연도 예방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공정위는 정부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 ‘소비자행복드림(가칭)’ 앱을 올 12월 출시한다. 소비자 피해 접수부터 구제, 상품별 피해 사례 확인까지 이 앱 안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다. 16개 부처의 75개 피해구제 창구를 일원화해 접수에서 구제까지 걸리는 기간과 절차를 단축한다.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12월부터 시범 운영을 한 다음 내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카페·블로그를 통한 온라인 판매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포털사업자가 대신 구제 절차를 밟는 ‘관리 의무’ 조항과 사기 사이트로 인한 피해가 확인되면 바로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임시중지명령제’도 도입한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통과되도록 공정위는 추진 강도를 높인다.

 또 공정위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총수 사익 편취)에 대한 조사를 올해 마무리 하고 결과를 조만간 내놓는다. <본지 1월 11일자 E3면> 신 처장은 “대기업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각종 비용 전가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은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저해한다”며 배경을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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