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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에 "피해자들에게 9000만원 손해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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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위안부 비하 논란을 일으킨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서울 동부지법 민사14부(부장 박창렬)은 이옥선(87)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1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주장을 받아 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역사적 인물이 생존해 있는 경우엔 인격권에 대한 보호가 학문의 자유에 대한 보호보다 상대적으로 중시될 수 있다”며 “저자가 독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학교수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문 연구결과보다 더 큰 책임과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국의 위안부' 내용을 분석하고 할머니들의 소송을 도운 박선하 변호사는 “청구한 배상금 3000만원 중 1000만원만 선고됐지만 일반적인 명예훼손 판결의 위자료에 비하면 상당히 고액”이라며 “재판부가 이 사건의 무게와 할머니들의 충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4년 6월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은 박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 ‘일본군 협력자’ 등으로 비하했다며 책 출판ㆍ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과 1인당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지난해 2월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현재 ‘제국의 위안부’는 문제가 된 34곳을 삭제한 상태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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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은 박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동부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허위 사실을 서술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1월 박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가처분 신청에 이어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법원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와 발언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소설가 장정일, 김철 연세대 국문과 교수, 작가 유시민씨 등 국내 지식인 190여명은 ‘제국의 위안부’ 논란과 관련해 박 교수의 형사기소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국의 위안부’의 주장에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안부 문제는 애초에 갈등을 유발할 요소를 갖고 있는 까다로운 사안”이라며 “기소로 인해 연구와 발언의 자유가 제한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교수 역시 성명서를 내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판하거나 폄훼하는 책을 쓸 이유가 없으며 도리어 젠더이론에 입각해 깊은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박 교수에 대한 형사재판은 오는 20일 처음 열린다.

윤정민ㆍ백수진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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