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파문에도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을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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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34)이 마침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오승환의 입단식을 열었다.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성적에 따라 2년 총액 500만~1100만 달러(60억~133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말부터 오승환 영입을 위해 애썼다. 지난해 말 도박 파문에 연루돼 원 소속팀 일본 한신과 결별했을 때도 세인트루이스는 협상을 중단하지 않았다. 오승환의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는 "3~4개의 MLB 구단이 계약을 제안했으나 세인트루이스가 가장 꾸준했고,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스카우트엔 여러 리스크가 있었다. MLB 경험이 없는 30대 중반 선수라는 점은 불리한 점이었다. 미국에서 오승환의 구위가 통할지도 의문이었다. 도박 파문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오승환의 직구는 평균 시속 150㎞ 정도다. MLB에는 160㎞ 가까운 공을 던지는 불펜 투수가 많고, 아롤디스 채프먼(29·뉴욕 양키스)은 최고 170.66㎞까지 던졌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의 '돌직구'에 베팅했다.

오승환은 다른 투수들처럼 공을 감싸듯 잡지 않고 손가락으로 찍어 누른다. 엄청난 악력(握力)으로 던진 공에는 강한 회전이 걸린다. 타자 눈에는 직구가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공을 때려내도 회전력 때문에 타구를 멀리 보내기 어렵다. 그래서 오승환의 빠른공은 '돌직구'로 불렸다.

오승환이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뛰었던 2013년 그의 직구는 상하의 움직임(무브먼트)이 29㎝나 됐다. 회전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공보다 오승환의 직구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 29㎝ 높이 날아든다는 의미다. 그의 상하 무브먼트를 2015년 MLB 기록(팬그라프닷컴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체 7위다. 채프먼의 지난해 상하 무브먼트는 26.7㎝다. 상하 무브먼트가 클수록 타자가 헛스윙을 하거나 맞혀도 플라이에 그칠 확률이 높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승환을 상대했던 미국대표팀 마이클 바렛이 "170㎞ 짜리 공 같다"고 놀랐던 이유다.

오승환의 또 다른 강점은 안정감이다. 2005년 데뷔 후 팔꿈치 부상을 입은 2010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풀시즌을 뛰었다. 한국에서 9년간 277세이브, 일본에서 2년간 80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수많은 유형의 타자와 상대해 이겼다.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오승환의 구위는 확실하다. 기록이 말해준다"고 말한 이유다. 오승환이 MLB에도 성공적으로 적응할 거라는 확신이 세인트루이스에는 있었다.

세인트루이스는 도박 스캔들도 끌어안았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은 "오승환은 카드게임에서 돈을 건 것뿐이다.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에 문의한 결과 (계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도박을 한 게) 큰 사건이 될지 몰랐고 불법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오승환은 이날 입단식에서 "월드시리즈에서 11번이나 우승한 명문구단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해 영광"이라고 밝혔다. 오승환은 13일 귀국하자마자 도박 파문에 대한 사과와 함께 MLB에 진출한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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