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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경제 외적인 변수로 주가 하락하는 건 투자기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자산운용사 중 돋보이는 성과를 낸 업체는 메리츠자산운용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와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 단 2개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메리츠운용이 한 해 동안 끌어모은 자금은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리츠의 실적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운용 실적도 양호했다. 메리츠운용은 지난해 21.86%의 수익률을 기록해 운용사별 수익률 순위 2위에 올랐다. 본지는 지난 8일 존 리 메리츠운용 대표를 만나 2016년의 증시 전망과 투자 방향을 들어봤다.

연초부터 중국·중동·북한 등 악재가 많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정치 이슈 때문에 주식을 사고 팔고 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이런 일들은 항상 있어왔고 지나가는 거다. 불과 2년 전에 골드먼삭스가 유가가 200달러까지 간다고 했다. 예측이란 것 자체가 의미가 없고 길게 봐야 한다. 눈보라가 친다고 집 짓던 것을 중단할 건가. 이럴 때 주식을 사야한다. 월급의 5~10%를 여유자금으로 빼놓고 계속 투자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하루하루 오르고 내리는 게 겁이 난다. 돈도 많이 없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커피 사 마실 돈, 고급차 살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공포가 있을 때는 주식이 싸진다. 내가 투자한 회사는 도망가지 않고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은 너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다. 북한 문제가 불거질 때는 언제나 사야할 시점이다. 경제 외적인 이유로 주가가 하락하는 건 항상 좋은 것이다. 사람은 나쁜 뉴스가 나오면 과잉반응하기 마련이다. 중국이 망할 것 같으니까 일단 도망가고 보자며 판다. 그러다가 실수를 하는 거다.”
저금리 시대인데 투자를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중요한 건 변신이다. 미국은 20~30년 전에 일본에 뒤졌다. 1980년대 중반 내가 미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가 있었다. 언제부터 나오지 말라는 편지가 집으로 온다. 핑크 슬립(해고통지)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변신의 과정이었다. 해고된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로 가서 창업을 했고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나왔다. 한국도 지금 그 진통을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기업이 더 혁신을 잘하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는 노동집약, 자본집약 산업이 아니라 한류·지식산업·바이오·인터넷 등에서 한국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이번 펀드평가에서 메리츠운용 등 중소 규모 운용사의 중소형주 투자 성과가 좋았던 걸로 나왔다.
“회사의 규모보다는 그 회사의 투자 철학이 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래도 소형 운용사들은 생긴지 얼마 안 됐으니까 투자 철학이 더 앞서가는 게 아니겠나. 대형 운용사는 투자 철학을 유연하게 갖고 가기가 힘들 거다. 3개월을 운용해서 성과가 안 나오면 나는 괜찮지만, 대형사는 ‘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뭐 좀 해봐’라고 펀드매니저를 다그치게 될 거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면 좋은 운용사가 되기 어렵다.”
펀드를 고를 때 뭘 봐야 하나.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 않아야 한다. 사고 파는 것이 빈번해서는 안 된다. 투자와 도박의 차이다.‘내가 그 회사에 오랫동안 투자했더니 결국 큰 돈을 벌었다’라는 게 투자다. 수시로 사고 팔고 하는 건 도박에 가깝다.”
신년 벽두부터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출시했다.
“평범한 생각으로 했다. 세계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거다. 개발도상국의 소득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한다. 그 규모가 엄청나다. 거기에 우리의 노후를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에도 다양하게 투자할 예정이다. 해외펀드, 해외하이일드채권펀드 같은 것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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