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곤혹스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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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따라 일상생활도 속도 경쟁에 빠져든 듯하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채팅 언어나 문자 메시지 등에선 단어를 줄이는 게 유행이 돼 버렸다.

하지만 줄여선 안 될 것까지 줄여 절름발이 단어가 되고 만 것이 '곤혹스런'이다. 이 말의 기본형은 '곤혹스럽다'이며,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뒤따라 올 때 어간의 'ㅂ'이 '우'로 바뀌는 'ㅂ'불규칙 용언이다. '곤혹스러워서, 곤혹스러우니, 곤혹스러운, 곤혹스러우므로'로 활용된다.

그런데 '곤혹스러운'을 자꾸만 '곤혹스런'으로 쓴다. '곤혹스런'은 '곤혹스러운'에서 '우'를 생략한 것으로, 이는 틀린 표현이다. '곤혹스러서' '곤혹스러니' '곤혹스러므로' 등이 말이 안 된다는 점에서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ㅂ불규칙 용언인 '아름답다' '싱겁다' '고맙다' '덥다' 등도 '아름다운' '싱거운' '고마운' '더운'을 '아름단' '싱건' '고만' '던'으로 쓰지 않는다.

바꿔 말해 '-스럽다'로 끝나는 단어의 활용형 '-러운'을 '-런'으로 줄여 쓰면 맞춤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고구마' '군밤'은 '굽다'의 활용형 '구운'에서 '우'가 생략됐으므로 틀린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의 단어로 이미 굳어진 경우다.

외국어를 사용해 글을 쓸 때 사전을 찾아가며 정확히 표현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우리글도 맞춤법에 맞게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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