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7% vs 13%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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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독자 여러분,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우리 인생은 남는 장사일까요,밑지는 장사일까요.금수저 물고 태어났든 흙수저로 태어났든 돌아갈 때는 누구나 빈손으로 가게되니,이런 셈 자체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그렇지만 사는 동안은 어디 그렇습니까.뭐든지 이익이 나는지 아닌지부터 따지고드는게 범인(凡人)들의 습성이라 인생대사의 손익 계산이란 말엔 귀가 솔깃해지게 마련이죠.일생을 통한 가장 큰 투자는 역시 교육,특히 대학 입학을 위한 교육비 아닐까요.특히 대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기교육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어찌보면 태어나서부터 대입을 위한 투자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죠.


교육비 투자의 결과물로 얻게되는 돈벌이 수단,즉 직업이 뭐냐에 따라 평생 벌어들이는 소득의 격차는 비교할수 없을 만큼 벌어지죠.투자비를 적게 들이고도 많은 이익을 낸다면 가장 수지맞는 장사겠죠.그런데 이건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입니다.개천에서 용난다는 건 옛말,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기회의 불평등이 커지고 있으니까요.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똑같이 겪고 있는 현상이죠.


그러다보니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는거죠.'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에 비유될만큼 경쟁이 뜨거운 대학입시지만 그래도 '대학이 신분상승의 유일한 통로'라는 믿음 때문에 입시 열기는 식을줄 모릅니다.2008년 정점(83.8%)을 찍고 하락세라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나라 대입률은 OECD 국가 중 최고(2015년 70.9%)를 자랑하고 있습니다.덩달아 팽창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은 또 어떻습니까.


하지만 이쯤에서 한번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묻지마 대학 입시' 과연 이대로 좋은가 말입니다.졸업을 했거나,학점을 다 따고도 취업이 안돼 졸업을 미루며 캠퍼스 주변을 맴도는 취준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고 보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청년 실업문제는 산업 경쟁력,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대졸과 고졸의 임금 격차등 경제·사회·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똑 부러지게 한두가지로 정리하긴 어렵지만 한국 대학교육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따져볼 필요는 있겠습니다.마침 이런 문제의식을 뒷받침할 재밌는 보고서가 나와 중앙SUNDAY 취재팀이 심층 분석해봤습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대입을 위한 교육비 투자를 순이익과 비교해 투자수익률을 분석한 보고서인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분석에 따르면 대입에 드는 교육비가 전문대는 평균 6600만원, 4년제 대학은 1억3300만원인데 졸업생이 65세까지 벌어들이는 수입을 넣어 계산한 연평균 수익률로 따져보니 전문대(8. 11%)가 4년제 대학(7.48%)보다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이는 미국 대학의 연평균 투자수익률(13%)과도 차이가 있는 수치입니다.100만원을 투자했다고 쳤을때 국내 4년제 대학은 7만원,전문대는 8만원,미국 대학은 13만원의 수익을 낸다는 얘깁니다.이렇게 국내 대학의 투자수익률이 낮게 나타난 데는 산업구조 개편에 따라 대학이 맞춤형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탄력적 대응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우리 대학 당국이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주,중앙SUNDAY 홈 페이지를 통해 가장 많이 본 기사는 '10년 공든 탑 균열…시민도 시향도 피해자' 였습니다.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지낸 정명훈씨가 지난 연말 부인이 있는 프랑스로 출국해버림으로써 클래식팬은 물론 국민들에게 아쉬움과 충격을 안겨줬습니다.박현정 전 대표의 인권유린 시비가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정 전 감독의 부인 구씨의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다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잡을 후임조차 정해지지 않아 개운치 못한 여운을 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중앙SUNDAY는 정명훈의 서울시향이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성취를 자세히 분석하면서도 서울시향이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돼온 공공 기구의 성격도 있는만큼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채 한국을 떠나버린 정 전감독의 처신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정 전감독은 사퇴했지만 정명훈 사태는 현재진행형입니다.구씨가 불구속 입건돼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라있기 때문입니다.중앙SUNDAY는 향후 수사 상황은 물론 '갈곳 잃은' 서울시향의 앞날에 대해서도 후속 보도를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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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영웅의 출현에 목말라 있는 요즘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많았습니다.저는 어머니와 관련된 부분에 여운이 진하게 남더군요.부친의 갑작스런 별세로 방황하던 고교시절 "대학 가기 힘들면 고향에서 농사짓자"며 눈물짓던 어머니는 박 회장이 대학에 들어가자 돈 관리법을 배워야 한다며 1년치 학비와 생활비를 한꺼번에 보내줬다는군요.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며 투자감각을 익혔다니 어머니가 목돈으로 보내준 생활비가 종잣돈이 된 셈 아닌가요.생전에 어머니는 기부를 많이 해 동네에서 송덕비를 세울 정도였다니 박 회장도 뚝심의 사나이지만 그를 큰 재목으로 길러낸 건 역시 어머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혹시 놓치신 독자들께는 늦었지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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