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집안 살림도 과학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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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은 가정을 경영하는 거죠. 늘 하는 청소도 다 규칙과 방법이 있습니다."

남성 전업주부 두 명이 진행하는 케이블 프로그램이 화제다. 케이블TV DIY채널(대표 원종배)이 매주 목요일 방송하는 '청소의 여왕'(연출 박홍식.최여선)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인공은 차영회(44).장준석(33)씨. 녹화에 앞서 앞치마를 척척 걸치고 고무장갑을 끼는 솜씨가 무척 능숙해 보인다.

이들은 수도꼭지 녹 제거 등 여자들이 쉽게 하기 어려운 욕실 청소법 등을 알려주는 '집안싹싹''얼룩싹싹''구석싹싹'과 생활의 아이디어를 주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코너를 통해 과학적 살림 비법을 일러 주는데 꽤 호응이 높다.

차씨는 전직 출판사 편집장을 하다 외환위기 당시 회사 다니던 부인 대신 집안일을 한 두달만 하기로 했다가 아예 전업 주부가 된 경우. 그 경험을 토대로 2000년 '나는 오늘도 부엌으로 출근한다'라는 책도 썼다. 병원 원무 관련 프리랜서인 장씨는 조리 등 가사 관련 자격증을 6개나 보유한 신세대 가장이다.

"방송을 보시고 남자가 뭐하는 짓이냐며 호통을 치시는 할아버지를 뵌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집안일이라는 게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전업 주부 생활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하찮다고 생각했던 집안일의 어려움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차씨는 "남편들이 전업 주부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면 대접받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장씨는 "쉬는 날 잠만 자지 말고 온가족과 함께 대청소를 해보라"고 말한다. 그동안 부인이나 아이들이 미처 할 수 없었던 무거운 소파를 옮기기도 하고, 천장 먼지도 털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차씨는 1일 낮 12시25분 방송되는 SBS의 여성주간 특집 '21세기 신 여성백서'에도 일일 연사로 출연해 '가정에서 시작하는 양성 평등'을 주제로 강의를 한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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