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김태흠, 새누리 공천특위 위원 사퇴 "전략공천 필요성 인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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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6일 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날 오후 열린 특위에 불참한 김 의원은 ‘사퇴의 변’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공천특위에 있을 이유나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특위 운영에 대해 “상향식 공천이라는 미명아래 참신한 인물영입과 신인등용의 장벽을 높이 쌓으며 현역의원 기득권 지켜주기에 급급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물건너 간 오픈프라이머리에 집착해 정당과 당원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박계 몫으로 특위에 참여한 김 의원은 “공천특위 구성도 기계적 계파 배분으로 인해 계파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려 당원과 국민이 정치권에 바라는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며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전략공천은 없다’고 연일 강조하는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지금이라도 자기모순에서 벗어나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인재영입에 적극 나서야하며 특히 취약지역 및 격전지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특위는 사실상 오늘 활동을 종료하고 그동안의 논의 사항을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이날 특위 회의 연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에 불참했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천룰을 조급하게 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오늘 결론이 나든 안나든 복수안으로 내일 최고위에 보고하겠다고 하니 더이상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당원 대 국민 비율, 결선투표시 가산점 부여 여부 등 모든 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최고위로 넘긴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선시 당원 대 국민 비율 50대 50 ▶신인의 범위 폭넓게 인정 ▶결선투표시에도 신인에게 가산점 부여 ▶현역의원 평가제 도입 등을 주장해왔다.

김 의원은 "사퇴 여부를 아무하고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김 의원이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일부 특위 위원들은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날 회의엔 김 의원을 제외한 특위 위원 12명 모두 참석했다.

다음은 김 의원의 ‘사퇴의 변’ 전문.

새누리당 공천제도특위 김태흠 위원, 사퇴의 변

본인은 오늘 자로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 위원을 사퇴합니다.
공천특위에 있을 이유나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당에서 후보자를 선정하는 공천제도는 공정성, 투명성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선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이는 능력 있고 참신한 후보자를 선정하여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고 우리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길이며 선거에서 승리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새누리당 공천제도특위에서 논의되는 공천제도는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가 먼 현역의원 기득권 유지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1. 상향식 공천이라는 미명아래 참신한 인물영입과 신인등용의 장벽을 높이 쌓으며 현역의원 기득권 지켜주기에 급급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2. 물건너 간 오픈프라이머리에 집착해 정당과 당원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3. 공천특위 구성도 기계적 계파 배분으로 인해 계파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려 당원과 국민이 정치권에 바라는 변화를 반영할 수 없습니다. 또한 현역의원들로만 구성돼 현역의원 기득권 보호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공천제도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상황을 담아야 되고 상대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정하려면 상대당의 룰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현역의원과 신인이 대등한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자기모순에서 벗어나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인재영입에 적극 나서야하며 특히 취약지역 및 격전지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혁신을 위해서는 현역 기득권을 내려놓는 현역평가제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합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민들이 정치혁신을 위한 인적쇄신과 변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는 정치세력에게만 눈길과 마음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2016년 1월 6일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 위원 김태흠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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