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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엔 「신흥종교」가 번창한다"|「첨단기술과 미래 종교」 김정흠교수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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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세기 첨단기술사회 속에서의 종교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가. 정보화혁명이라는 「제3의 물결」속에서는 분명 종교의 존립양식에도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초교파기독교협회는 24일 상오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교회일치운동의 하나로 『첨단기술과 미래의 종교』라는 연제의 강좌를 갖고 종교의 앞날을 조망했다. 다음은 김정흠교수(고대교육대학원장)의 주제발표 내용이다.
「앨빈·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이는 미래는 인간세계의 모든 면이 크게 전환되고 충격을 줄게 틀림없다. 우리나라도 이미 71년말 전체가구의 반이상이 TV를 보유, 소위 말하는 「정보화사회」에 돌입했다.
우선 종교는 TV시대의 사고방식과 의식구조를 따라 변화해 가고 있다.
교과서적인 말만 하는 설교나 강론·설법은 듣는 사람들이 흥미를 잃게 된다. 활자매체의 압축성과는 정반대인 쉬운 말, 반복성 등을 갖는 TV시대의 의식구조에 맞도록 필요하지 않은 말도 간간이 섞어가면서 해야한다. 다기능의 TV는 시청자에게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으며 또 몸짓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설교를 유창하게 못해도 몸짓만 잘하면 무엇인가를 알수 있게 해줄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즉석상품」과 「1회용품」의 영향은 자못 심각하다. 즉석적이고 1회용품적인 사고는 인간관계마저 일시적으로 해석, 현대의 젊은이들은 데이트 상대자도 10여명씩 갖는다.
가정의 부부관계에도 이습성이 작용, 더욱 높은 이혼률을 보일 것 같다.
이같은 1회용품의 선호에 따라 의식구조에 변혁을 가져올 미래사회에서는 기존 종교보다는 신흥종교가 우세하게 퍼질 것 같다. 기성종교는 현재의 신도수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더이상 크게 확장되지 않는 반면 신흥종교는 「새로운 맛」과 「새로운 신비성」 등으로 반드시 확장되도록 돼있다.
기성종교는 역사를 거쳐 오는 동안 대내외적으로 너무 많은 양보를 해왔다. 가톨릭의 경우 신부의 결혼을 허용하려 하고 있고 수녀들의 스커트 길이가 많이 짧아져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녀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양보하다 보니 신성한 맛이 없어지고 끝내는 종교의 신비성을 상실, 신도들이 믿지 않게 되고 만다. 기존종교의 미래문제는 어느 선까지의 「양보」냐다..
구식 의례교리에 얽매인 채 현대화 물결을 거부하는 종교는 몰락을 거듭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기성종교의 미래는 새로운 시대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려는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
종교 경시의 무드도 일 것이지만 인간생활의 궁극적 목적을 찾는 종교의 역할은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종교의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데 따른 종교 스스로의 재빠른 대응이 요망될 뿐이다.
「호메이니」의 이란회교혁명과 같은 종교의 복고적인 「U턴(회귀)현상」도 계속 있을 수 있다.,
미래의 종교는 과감한 자체합리화를 기하고 새로운 가치관에 적응하면서 인간존엄성을 다루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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