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국자본도 세무조사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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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외국계 사모펀드 두 곳에 대한 국세청의 전격적인 세무조사를 두고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가 특정 외국자본을 겨냥한 의도적인 조사라는 비판과 함께 자칫 앞으로 외국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 당국의 외국계 펀드에 대한 조사와 주식 보유에 대한 신고의무 강화조치 등을 싸잡아 한국이 국수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들어와 거액의 투자수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외국계 펀드에 대해 일반 국민 사이에선 허탈감과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우리 과세당국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도 없지 않았다. 국세청이 이런 국민정서를 등에 업고 외국계 펀드 '손보기'차원에서 세무조사를 벌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데도 외국계 자본이라고 해서 특별히 봐주거나 정당한 과세주권을 포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과세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펀드가 국내에서 소득을 올렸다면 일단 국내에서 세금을 내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따라 과세권이 외국으로 넘어갈 수는 있지만 정말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조사를 통해 밝힐 일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세무조사의 잣대가 국내외 자본에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진정한 세계화와 국제기준(Global Standard)은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도 없고,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조사 결과 국내법 규정을 위반한 일이 없거나 세금을 빼먹지 않았다면 외국자본이 얻은 이득이 아무리 크더라도 국부 유출이라고 법석을 떨거나 쓸데없는 저항감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과세체계나 조세협정에 구멍이 있다면 이를 정비하는 일이 우선이다.

다만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실제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국제기준에 어긋나거나 세련되지 못한 관행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