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故박생광 특별展] 유홍준 교수의 참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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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금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시민회관 3층 산트 아우그스틴 전시장에서는 내고(乃古) 박생광(朴生光.1904~1985)의 대작 12점이 전시되는 특별전(7월 4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본래 우리나라와 스페인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별 교류가 없었다. 그러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렸던 1992년,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의 이미지가 강하게 새겨지면서 양국 간의 교류가 점점 확대됐다.

이후 재작년에는 경기도와 바르셀로나시가 자매결연을 맺게 되었고 올해 '제 2회 한국-EU 국제학술대회'가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것에 맞추어 박생광전이 개최된 것이다.

박생광은 익히 알려진 대로 한국의 이미지를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한 채색화의 대가였다. 십장생,조선의 여린, 무녀(巫女), 명성황후의 죽음, 녹두장군 등 스스로 말했듯이 "잘 생긴 것을 내 나라에서 찾으며" 우리 문화의 혼(魂)을 그렸던 화가다.

피카소.미로.달리.타피에스.가우디 등 개성파 예술가들의 고향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웬만한 개성으로는 시선을 끌기 어려운 현지 사정을 감안해 대작 중심의 박생광이 이번 전시회에 초대됐다. 현지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파격적인 구도와 대담한 원색의 구사로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 한국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스페인의 조각가 조셉 수비라치는 특히 "동양적 이미지라면 조용한 수묵화를 연상했는데 이처럼 역사적이고 토속적이면서 민중적인 작가가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과 스페인 양국 교류의 핵심은 역시 경제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그런 경제교류는 문화교류가 뒷받침되어야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경기도가 수원에 있는 이영미술관의 협조로 이 전시회를 기획한 것은 참으로 현명하고 흐뭇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도 우리 경제가 급성장한 근저에 흐르는 한국의 힘이 박생광의 작품을 통하여 그렇게 문화적 신뢰로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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