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50대 남성, 예정대로 내달 화학적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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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에 따른 ‘화학적 거세’가 다음달에 처음으로 이뤄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50대 남성 A씨에게 내년 1월에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찜질방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준강제추행)로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징역 2년형과 성충동 약물치료 3년형이 확정됐다. 성도착증 등 병적 증세가 있고 재범 위험이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 A씨는 강제추행으로 1년6개월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얼마 안 돼 범행을 했고, 그 전에도 같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A씨는 출소 두 달 전인 내년 1월부터 3년간 정기적으로 성충동 억제 약물을 투여받는다.

“헌재 헌법 불합치 취지 알지만
지금 당장 제도 보완은 힘들어”
헌재가 제시한 시한 2017년 말
오래 복역 강력범만 덕 볼수도

 2013년 1월에 첫 화학적 거세 판결이 나왔고 현재까지 총 16명이 이 형을 선고받았다. 집행은 통상 출소 두 달 전부터 실시된다. 법무부는 “현재 확정자들의 집행 시기를 따져보면 법원 확정 판결 후 평균 9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상당수가 연쇄성폭행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A씨에 대한 화학적 거세는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화학적 거세 그 자체는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재판 때 고려된 재범 가능성을 집행 전에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현행 법률에 헌법 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법원 선고와 집행 시점(출소 두 달 전) 간에 큰 간격이 있는데도 현행 법에 집행 전에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절차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치료감호소나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하며 재범 우려가 줄어들 수 있음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2017년 말까지 당사자 이의 제기 절차를 마련하라고 했다.

 A씨의 경우에는 보완책이 마련되기 전에 처분을 받는다. 이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쇄성폭행이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등으로 A씨보다 중형을 받은 범죄자들에게 오히려 ‘구제 절차’가 제공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존중해 치료명령 집행 시점에 불필요한 치료를 배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된 기한 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A씨의 경우에는 출소가 임박해 현행 규정대로 집행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는 법원 판결이 아닌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결정에 의해서도 이뤄진다. 성범죄자가 치료감호소에서 가출소하기 전에 이 위원회가 성충동 약물치료 여부를 확정한다. 현재 6명이 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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