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중 190명…올해 유럽 들어온 난민 중 정식 정착은 0.019%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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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 사촌들은 캐나다 도착 지난 9월 2일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삼촌 일가가 난민 자격으로 28일(현지시간) 캐나다에 입국했다. 캐나다에 정착한 쿠르디의 고모 티마(왼쪽)가 이날 밴쿠버공항에 도착한 5개월 된 조카 쉐르완을 번쩍 안고 있다. [밴쿠버 AP=뉴시스]

100만 명 대 190명. 난민 위기 속 유럽의 모습을 드러내는 숫자다. 100만 명은 국제이주기구(IOM)가 최근 올 들어 유럽으로 유입됐다고 밝힌 난민들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90명은 이들 중 유럽에 정식으로 정착한 사람이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두 숫자의 차이가 난민 문제를 대하는 유럽연합(EU)의 정치적 의지와 자원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썼다.

 EU 정상들은 향후 2년 간 16만 명의 난민들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당초 4만 명에서 늘린 수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EU에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프랑스는 3만 명을 받아들이기로 약속한 상태인데 다음달이 돼야 900명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체코·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 중 일부는 여전히 강제 할당에 거부감을 피력하고 있다.

 난민들도 재정착을 반기지 않는다. 프랑스에선 최근 영국으로 향하는 관문인 칼레에 있던 난민 23명을 남동쪽에 있는 도시의 수용시설로 옮겼는데 15명이 남아있을 뿐이다. 독일 등 난민에 우호적인 국가들로 가길 원한다. 독일은 독일대로 “혼자선 난민들을 감당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가 난민들에 대한 여권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28일 EU 집행위원회(EC)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파리 테러에서) 일부 테러리스트들이 난민들 사이에 섞여 들어와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 같이 말했다. IS가 장악한 지역의 행정기관에서 도난 당한 백지 여권이나 숨진 이들의 여권들이 위조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지난달 파리 테러범 중엔 2명이 시리아 여권 소지자였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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