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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터서 좌우 확장 리모델링 가능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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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992년 10월 준공된 서울 개포동 성원 대치 2단지는 엘리베이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복도식’ 아파트다. 2013년 주택법이 개정돼 15층인 아파트를 18층으로 수직 증축이 허용되자 리모델링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사업은 진척이 없었다. 현행 주택법이 아파트 내부의 하중을 받는 내력벽 철거를 엄격히 규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가구의 앞뒤 현관이나 발코니를 거실이나 방으로 넓힐 수 있는 게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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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내력벽 철거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성원대치 2단지 아파트 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그동안 리모델링은 아파트 앞뒤로만 확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내력벽을 일부 헐어 좌우로도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얘기다. 전학수(54) 조합장은 “수직 증축 허용 당시에 4억2000만원이던 매매가가 5억원으로 올랐다”며 “좌우로 집을 넓히는 증축이 허용되면 추가로 2000만~3000만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력벽 철거 규제 완화
이웃 가구 합쳐 2베이 → 3베이
벽 허문 뒤 안전성 확보 숙제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건물 하중을 버티고 있는 내력벽을 철거해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방을 한 개 더 증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국토부는 내년 3월 말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력벽 철거 기준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력벽 철거 규제가 완화되면 60~85㎡대 소형 아파트를 좌우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3~4베이(Bay·창가 쪽으로 붙어 있는 거실이나 방의 수가 3~4개)’ 아파트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이탁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내력벽 일부 철거가 허용되면 옆으로 붙어 있는 가구가 합쳐져 1베이가 2베이로, 2베이가 3베이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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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력벽 철거 규제 완화는 2013년 수직 증축형 리모델링이 허용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요구해왔다. 당시 법 개정에 따라 14층 이하 아파트는 2개 층, 15층 이상은 3개 층 증축이 허용됐다. 서울 대치 2단지와 경기도 성남 한솔 5단지, 경기도 안양 목련 3단지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60~85㎡ 규모 소형 아파트로 복도식이다. 그러나 실제 증축 설계를 해보니 가구 간 벽을 허물어 좌우로 늘리지 않고는 시장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송창규 안양 목련 3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은 “여유 부지를 활용해 아파트를 가로로 늘리고, 수직 증축까지 하면 2베이를 3베이로 늘려도 가구 수는 그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력벽은 건물 하중을 버티는 사실상 기둥 역할을 하고 있어 안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건물 하중을 측정하는 ‘내력비’의 하한치를 1.0 이하에서 0.8 등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력비 하한치를 너무 낮추면 보강 문제 때문에 건축비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생긴다. 정부는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내력비 하한치 판정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력벽 철거 비율도 관건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리모델링 조합 측은 50% 철거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허용치는 30% 이내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가구 간 너비 10m 벽이 있다면 3.3m만 철거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관련 연구기관이 성남 한솔 5단지 아파트 내력벽 가상도를 만들어 본 결과 가구 간 내력벽은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정도로만 허용될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건설업계는 이번 조치를 반기고 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맞게 관련법도 따라줘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늦었지만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황의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내력벽(耐力壁)·내력비(耐力比)=지붕의 무게나 위층 구조물의 무게, 지진의 힘 등을 버티는 벽. 가구 간 공간을 구분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임의로 철거할 경우 벌금을 물 수 있다. 건물 무게나 지진의 힘 등에서 실제 벽이 버티는 힘의 비율로 내력비를 계산한다. 1보다 크면 벽이 버틸 수 있는 힘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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