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폭행 물의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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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남 창원시의 향토기업인 몽고식품 김만식(77) 명예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사실이 폭로되자 하루 만인 24일 사과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몽고간장 불매운동 등 비난 빗발
폭로 하루 만에 회사 측 공식 사과

 몽고식품은 2013년 인기리에 방영된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언급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극중 여주인공들이 마산 출신 남성들과 단체 미팅을 하는 장면에서 “마산의 돈은 몽고간장·무학소주·시민극장 이 오빠야들이 다 쥐고 있는 기라”라고 한 대사가 큰 화제를 일으켰다.

 김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Y씨는 전날 “지난 10월 22일 김 명예회장 부인의 부탁으로 회사 본사에 심부름을 갔는데 명예회장이 전화를 해 ‘왜 거기에 있느냐’는 불호령을 쳐 서둘러 자택에 돌아갔다”며 “그런데 집 정문에 도착해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발로 낭심을 걷어차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의 폭언과 폭행은 Y씨가 처음 출근한 지난 9월 17일부터 권고 사직한 이달 15일까지 수시로 계속됐다는 것이 Y씨의 주장이다. Y씨가 휴대전화로 녹음한 파일을 기자가 직접 들어보니 김 명예회장은 운전 중인 Y씨에게 “X자식아” “X발놈” “싸가지 없는 새끼…문 올려라, 춥다” 등 심한 욕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Y씨의 폭로 첫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몽고식품 창원공장을 직접 찾아갔으나 회사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거부해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김 명예회장의 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도 막막하다. ‘(명예회장님은)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하면 되지’라는 말만 했을 뿐 깊은 내막은 저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폭로 첫날 김 명예회장은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명예회장의 이런 부적절한 ‘갑질’ 언행이 알려지면서 몽고간장 불매운동 주장 등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결국 24일 몽고식품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에서 몽고식품은 “최근 저희 회사 명예회장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피해 당사자 분에게는 반드시 명예회장이 직접 사과를 드리겠다. 사태를 책임지고 명예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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