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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5일치 배낭을 지고 산에 오르는 케냐의 수학여행

TONG

입력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케냐는 지구 반대편의 나라다.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에렉투스 등 인류의 조상이 발견된 땅. 멀고 먼 그 곳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케냐에 유학 중인 손지민 학생의 목소리로 케냐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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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유학 중인 손지민 학생(오른쪽) [사진 제공=손지민]

수업은 8시 20분에 시작해. 나는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학교 버스를 타고 등교해. 한국의 도로와는 다르게 케냐의 도로 포장 상태는 좋지 않아서 교통체증이 심해. 그래서 40분이나 차를 타고 학교를 가야 하지. 이런 도로 사정 탓에 운전이 어려워 부자들은 운전 기사를 고용해.

나는 국제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한국 학교의 교육과는 다른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우리 학교는 절대평가이기에 한국의 상대평가에 비해서 스트레스를 덜 받아. 하지만 한국 학교에 다닐 때처럼 같은 동네에서 3년씩 살며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던 때가 그리워. 그리고 영어로 수업이 이뤄져, 이 국제학교에서 높은 성적을 받기란 조금 힘들어.

그래도 이 곳에서 멋진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 우리학교의 수학 여행은 한국에서는 전혀 상상해 보지 못한 수학 여행일 거야. 바로 5일 동안 아프리카에서 두번째로 높은 케냐산을 오르는 수학여행이야.

샤워도 할 수 없고, 5일치 짐을 등에 지고 온종일 걷는 건 정말 힘들지만, 케냐산의 정상에 올라 느껴진 그 뭉클한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케냐산의 정경도 정말 아름다웠고, 정상에 도달했다는 것에 큰 성취감과 감동을 느꼈어. 다음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산에 도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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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산. 아프리카에서 킬리만자로 산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산이다. [사진=Chris 73,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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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산 등반길에 만날 수 있는 간이 화장실 [사진=Fæ, 위키피디아]

또, 케냐에 살면서 재미있는 것은 음식을 야외에서 먹을 때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는 거야. 새가 확 물어갈 수 있거든. 그리고 학교에 가끔 원숭이가 놀러와! 이런 동물들을 도심에서 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니?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과는 무척 달라. 우리학교에는 대사관 자녀와 사업가 자녀들이 많아서 외국인도 많아. 특히 백인들이 많지. 그들의 특성을 설명하자면, 음…굉장히 느긋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아. 나쁘게 말하면 너무 답답하지.

바쁘게 부지런히 움직여 시간 약속을 지키는 한국 사람들의 비해, 케냐에 사는 사람들은 시간 약속도 꼭 30분 이상 늦고, 느릿해서 너무 답답해. 그래서 처음에는 친구를 사귀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케냐에서 유학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여러 친구를 사귀게 됐어. 여전히 여러가지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점이 많지만, 즐겁고 새로운 경험으로 케냐 유학생활이 점점 재미있어져. 요즘은 학교 다니는 게 정말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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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빈민 거주지역의 모습 [사진=Fæ, 위키피디아]


케냐는 빈부격차가 너무나 심해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도 많아. 차를 타고 거리에 나가보면 길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어. 그런 빈곤층 중 청소부나 운전기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집에도 청소부와 운전기사가 있는데, 월급이 한화로 16만원 정도 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놀랐고 무척 안타까워. 그리고 처음에는 친구들이 운전기사에게 무례하게 행동해서 많이 놀랐어. 왜 그런가 설명하기를, 가난한 사람들은 한 번 잘해주면 계속해서 좋은 대우를 기대해서 그런 기대를 없애기 위해서 무례하게 대한다고 해. 하지만 설명을 들어도 여전히 그런 모습은 낯설어.

마지막으로 여기서 지내며 한국이 좋은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꼈어.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불평을 많이 하겠지만, 생각해보면 한국은 정말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야. 자유로운 대중교통, 원하는 물건과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여기 와 보면 알게 될 거야. 케냐는 치안이 좋지 않아서 꼭 차로 이동해야 해서 불편해. 한국처럼 친구들과 놀러다닐 곳이 많지도 않아. 한국에 있을 때엔 불평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여러모로 그리워.

글=이신영(아시아퍼시픽국제학교 10)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이촌1동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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