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노동개혁 좌초 땐 역사 심판” 또 국회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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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2015년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황교안 국무총리, 박 대통령, 최정수 울산대 학생, 박종오 ㈜CES 대표, 지진수 강원도 홍천군 소매곡리 이장.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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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압박이 23일에도 이어졌다.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과 경제 관련 쟁점 법안들을 연내에 처리해 달라는 요구다.

“청년들 생존 문제, 흥정 대상 안 돼”
야당 “대통령 발상은 오만과 독선”
정의화, 원샷법 반대 야당 중진에게
“통과시켜 달라 ♡♡♡” 문자 보내

 특히 박 대통령은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표현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청와대에서 열린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다.

 이날 회의는 박근혜 정부의 24개 핵심개혁과제 현황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국회의 법안 처리를 독촉하는 발언들의 연속편이었다.

 박 대통령은 “과거의 정치는 지금의 역사이고, 또 지금의 정치는 미래의 역사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국민에게 중차대한,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일들을 어떻게 대했고, 어떻게 처리했고, 어떻게 노력했고, 어떻게 방해했고, 어떻게 게을리했고 이 모든 것이 미래에, 역사에 남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정말 모두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모두가 역사를 대하는 마음으로 노동개혁이나 이런 (개혁)과제들을 대해 줬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 문장에서 ‘어떻게’를 5차례나 쓴 것은 역사가 현재 국회의 모습을 어떻게 기록할지 생각하라는 압박의 의미라고 한다. 야당은 물론이고 직권상정을 거부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한 발언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은 우리 청년들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인 만큼 어떤 이유로도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정략적 흥정이나 거래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일부만 먼저 처리하자거나 ▶선거연령 하향 조정 등 선거법을 경제 관련 법안들과 주고받기 하자는 여야 사이의 기류와 관련해 ‘거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의 연이은 압박에 야당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대통령이 세상만사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심판자라도 된다는 말이냐”며 “역사의 심판까지 운운하는 것을 보니 대통령의 안중에는 국민도 국회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추진하는 건 모두 정의이고, 야당의 이견은 정쟁이며, 여아 간의 논의는 흥정이나 거래라는 대통령의 발상은 오만과 독선”이라고 했다.

 반면 정 의장 측은 반응을 자제했다. 대신 정 의장은 이날 전임 국회의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지혜를 구했다. 지난 9일 정기국회 폐회 직전 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선 요건이 안 된다”며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한·박관용·강창희 전 의장 등도 현재로선 직권상정이 힘들다고 보고, 정 의장에게 보다 적극적인 여야 설득을 주문했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직권상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야당의 ‘강성 의원’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쟁점 법안 처리를 설득하는 등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 의장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처리 반대론자인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에게 법안 처리를 호소하며 하트를 곁들인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정 의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세상사 모든 것이 완벽하기는 어렵지 않으냐…♡♡♡ 정의화 의장 올림”이었다고 한다.

신용호·남궁욱·김경희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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