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조직문화 만들자” 인문학 강의 … 청렴도 3단계 점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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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나 인간다움을 다루는 학문이 인문학입니다. 탐욕이 없고 행실이 바르다는 의미를 가진 ‘청렴(淸廉)’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상징이죠.”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부임 당시 청렴도 평가 최하위권
전국 지역본부 돌며 특강하자 성과
“내년엔 인문학 독서클럽 만들 것”

 코레일 임영호(60·사진) 상임감사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얘기다. 임 상임감사는 청렴한 조직문화 만들기에 인문학을 접목했다.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2개 코레일 지역본부 순회 인문학 특강을 하며 ‘청렴’을 강조했다. 요즘도 틈틈이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한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그는 “코레일이 지난해 전국 공기업 청렴도 평가에서 19개 공기업 중 18위를 기록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 데다 2만8000명의 코레일 직원들이 경쟁에 지쳐 삶에 대한 성찰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지속 성장이 가능한 우량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우선 투명하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해 특강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그가 청렴에 인문학을 접목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줄곧 인문학 서적을 탐독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톨스토이),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스키) 등 철학·문학·역사 서적을 연간 100권 이상 읽었다.

 임 상임감사는 “낙선 직후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앉아 있다 보니 책꽂이에 있던 여러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낙선의 후유증도 달래볼 겸 독서를 시작했는데 인문학의 매력에 끌려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며 “청렴은 결국 인간 삶의 문제고 삶의 문제는 인문학에 해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읽은 책 가운데 45권을 요약 정리해 지난 8월 『인문학 노트』라는 책을 펴냈다. 여기에는 책의 핵심 내용과 소감 등을 담았다. 임 상임감사는 “책 한 권을 적어도 3번씩 읽고 정리한 뒤 느낀 점을 책 속에 녹였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삶의 소중한 가치로 성찰·열정·배려·소통·본질(목적과 방향) 등을 꼽았다. “청렴한 생활은 소극적으로 부정 행위를 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인간적인 삶 자체를 말한다”며 “성찰하며 욕심을 줄이고 일에서 행복을 찾으면서 조직에서도 인간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 강의가 조직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하지만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공기업 청렴도 평가에서 코레일 순위가 지난해보다 3단계 상승했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도 지역본부 순회 특강을 계속하고 직원끼리 인문학 독서클럽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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