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개각 없다” 어느새 40일째…황우여, 지역구 인천 챙기기 ‘투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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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이 21일로 40일째를 맞고 있다. 개각 얘기다.

박 대통령, 쟁점법안 처리에 올인
선거 주무 장관 정종섭 속앓이만

 박근혜 대통령은 일요일인 20일 공식 일정이 없었다. 하지만 개각 발표는 없었다. 청와대가 지난달 12일 “당분간 개각은 없다”고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일본식 한자어인 당분간(當分間)은 특정할 수 없는 시간을 말한다. 당분간이란 표현을 쓰며 브리핑을 했던 청와대 참모는 “당시에도 국정의 초점은 노동개혁 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라고 하지 않았느냐”면서도 “하지만 개각이 이렇게 늦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개각이 늦어지는 건 박 대통령이 쟁점법안 처리에 ‘올인’하고 있어서다. 당초 2차 개각은 프랑스·체코 순방(지난 5일 귀국) 직후 발표된다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연내 처리를 강조하면서 개각 얘기는 국정 우선순위에서 사라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상공회의소 회장단과 만나 ‘법안 처리가 안 돼 속이 타들어가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다”며 “대통령은 현 상황을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로 노동개혁에 실패한 IMF 사태 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개각 등 인사업무에 관여하는 청와대 참모들은 개각 얘기를 꺼내지 못한 채 대통령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한다.

 속이 타는 건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여권 지지층이 탄탄한 지역구(경북 경산-청도)라 낫지만 수도권이 지역구(인천 연수)인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상황이 다르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부총리는 요즘 일과 후 지역 행사를 챙기는 ‘투잡스’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지역 인사는 “일과가 끝난 후에는 거의 지역구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귀띔했다. 황 부총리는 이달 초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문에 자리를 비웠을 때 지인들과 만나 “내년 1월에 (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해도 늦다”며 “대구·부산 같은 곳은 모르겠지만 인천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구가 31만 명이어서 내년 총선에 2개 선거구로 분구될 가능성이 큰 이곳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5일 일찌감치 인천 연수구 출마를 선언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친박계 모임을 챙기는 중앙 정치에 열심이다. 지난 9일 친박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송년 오찬에 현직 장관으론 유일하게 참석했다. 같은 시간 다른 일정이 있었지만 오찬 자리에 얼굴을 비쳤다.

 다만 대구 동갑에 출마할 예정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선거 관리를 하는 주무 장관이라 출마를 앞두고도 선거의 ‘선’자도 못 꺼내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이 개각 얘기를 일절 꺼내지 않는 데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나랏일 앞에선 사사로운 인정(人情)을 고려하지 않는 냉철한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각의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여권 내에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증 강도가 너무 세, 경제부총리 후보들이 연이어 탈락하면서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 수석이 지난 3월 민정수석이 된 후 청문회에서 낙마한 후보는 아직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 수석이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에게 까다로운 질문을 꼼꼼하게 던진다고 한다”며 “후보감들이 민정수석의 검증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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