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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스탠퍼드 출신 수학 강사 현우진 "인강, 배속 높여 듣지 마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by 안별이

문과생인 나에게 수학은 늘 어렵고 힘든 과목이었다. 이 때문에 사실 메가스터디의 ‘수학 스타’ 현우진 강사 인터뷰도 걱정스러웠다. 선생님의 전매특허 ‘꿀성대’로 어려운 수학공식을 읊으면 어쩌나, 답변마다 숫자로 설명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그러나 직접 마주보고 앉은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는 수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매년 수험생’인 수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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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업으로 삼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수학강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뭘까.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한국으로 와서 학원가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알았던 터라 그 이유가 특히나 궁금했다.

“대학생 때부터 생각했던 일이에요. 원래 학교를 가려고도 생각을 했는데, 학교 교사가 되면 행정업무도 보고…. 걸리는 게 많아서 학원가로 오게 됐죠. 적성에 정말 잘 맞아요. 사실 이거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이 일이 아니었으면 제가 뭘 할 수 있었을까요? 그냥 집에 있었을 것 같아요. 일이 정말 잘 맞아요.”

오프라인 학원가에서 명성을 떨치던 그는 약 1년 전부터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 콘텐트는 오프라인 강의를 촬영한 것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별도로 촬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른데, 강의를 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도 다른 점이 있을까.

“오프라인 강의는 학생들과 정이 들죠. 너무 정이 들어서 마지막엔 기분이 좀 이상할 정도예요. 온라인 강의는 불특정 다수가 듣기 때문에 사실 누가 듣고 있는지 모르죠. 현장은 현장의 장점이 있고 온라인은 온라인의 장점이 있다고 봐요. 강의 하는 입장에선 스튜디오 수업은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는 대신 쓸쓸할 때가 있죠. 조언한다면,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배속을 높여서 공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업을 50분으로 진행하는 데엔 이유가 있어요. 학생들이 천천히 잘 듣고 소화하기 좋게 맞춰놓은 것이니까요.”

인터넷에서 ‘현우진 수학’을 검색해 보면 많은 추천 글들을 찾을 수 있다. ‘핵심이 확실히 잡힌다’ ‘불필요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 등 수업에 대한 평가부터 ‘목소리가 멋있다’는 개인적인 호감 표현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학생들이 ‘현우진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를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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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인기를 얻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인기를 얻고 싶었다면 약장수처럼 자극적인 말도 막 하고 그랬겠죠. 전 그런 거 안 해요. 그냥 진심으로, 솔직하게 학생들을 대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제가 수학을 못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제가 그 나이에 고민했던 지점을 기억하니까 그걸 해결해주려고 노력하죠. 제 강의를 전부 모니터 하는데, 매번 부끄럽지 않도록 말을 하겠다고 다짐해요. 적어도 ‘이불킥’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는 강의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5년 동안 매년 수험생처럼 공부했단다. ‘많이 공부하는 것’이 비법이라는 현우진 강사의 말에서 진실성이 전해졌다.
강의에 대한 문답이 끝나기 전,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겨울방학 수학 공부법을 물었다.

“확률과 통계 단원은 내용이 진짜 쉬운데 문제가 안 풀릴 거예요. 문제집을 풀 때에는 문제마다 단원명이 적혀있어서 그걸 참고하니까 쉽다는 착각에 빠져요. 그런데 시험에서는 어떤 단원에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죠. 이 단원은 이해를 잘 하고 넘어가야 해요. 또 세 가지의 팁이 있어요. 교과서, 기출문제, 그리고 또 기출문제. 요즘 나오는 교과서는 진짜 모두 좋아요. 문제를 한 번 풀고 다시 교과서를 보면 잘 정리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수학은 무엇보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에게 ‘쓴소리’ 못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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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학생 현우진’은 어떤 학생이었을까. 어릴 때부터 뛰어난 학생일 것 같고, 뭔가 특별한 공부법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질문에 돌아온 답은 정반대였다.

“고민이 많은 10대였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었고요. 친구들은 변호사가 될 거야, 의사가 될 거야 하는 꿈이 있었는데 전 그런 것도 없었어요. 그 불안감 때문에, 정신적인 결핍 때문에 공부를 했다고 할 수도 있어요. 수학에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많이 해서 잘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고민이 많은 학창시절을 보낸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공부 외에 꼭 해봐야 하는 일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내가 뭐라고, 학생들에게 이런 걸 추천해줄 자격이 있을까요? 뭔가 하나를 꼭 해보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지만, 제 경험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적성을 찾고자 주변을 둘러보세요. 공부를 하면서 찾는 경우도 있지만, 공부 밖에서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인터뷰 진행 중 그는 “수학은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수학만 공부하는 건 아닐 텐데, 공부할 게 너무 많아 보여서 안쓰럽다”는 걱정도 내비쳤다. 학생들을 향한 동기부여와 응원의 말을 부탁했을 때에도 현우진 강사는 조심스러웠다. 두 마음이 겹쳐있기 때문이리라 짐작됐다.

“저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못 가면 큰일 난다’고 불안감을 자극하고 싶진 않아요. 어릴 때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공부를 못했어도 지금 행복하게 사는 친구들이 아주 많거든요. 흔히 ‘쓴소리’라고 하는 그거, 저는 학생들에게 못 하겠어요. 제가 공부를 한 동기는 불안과 결핍이었어요. 지금의 성적과 상황이 불안하다면 공부하면서 자신과 싸우세요. 제일 힘든 싸움이 ‘나’와 싸우는 거예요. 조언을 듣되, 조언만 쫓아가서는 안 돼요. 자신의 문제는 주관적인 거고, 자기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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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별이(미추홀외고 3)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본부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도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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