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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성수동에 상품개발 ‘비밀 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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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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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내년 ‘상품개발회사’로 혁신한다. 기존 업체들에게 납품받은 상품을 점포에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고 보고, 마트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정용진 부회장 ‘유통의 애플’ 전략
‘노브랜드’처럼 거품빼기가 핵심
분야별 인력 모아 내년초 TF 구성
해외소싱 기업으로 탈바꿈 나서

 점포수나 할인경쟁에서 벗어나 지금껏 없던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하는 ‘유통의 애플’을 지향하겠단 얘기다. 이번 혁신은 이마트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의 정용진(47·사진)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회의에서 “이마트가 지금까지 점포를 기반으로 한 유통업체였다면 이제는 상품개발과 해외소싱(sourcing)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또 “신세계그룹이 2023년까지 매출 88조원을 달성하려면 이마트부터 상품개발회사로서의 경쟁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며 “전에 없던 상품을 개발해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구축하고, 세계를 무대로 상품을 발굴해 경쟁사와의 차이를 더욱 벌리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내년 초 본사에 ‘이마트 비밀 연구소’를 설립하고 각 분야 바이어와 마케팅·디자인·품질관리 인력 등이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상품별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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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상품혁신’의 핵심은 획기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지난 8월 선보인 ‘노(NO) 브랜드’ 상품군이 대표적이다. 이름 그대로 브랜드를 없애고 포장·디자인 등 핵심 기능과 관련없는 비용을 줄여 가격을 3분의1 수준으로 낮췄는데 ‘합리적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00매에 800원인 ‘노브랜드 물티슈’는 출시 3개월 만에 175만개가 팔려 이마트 전체 물티슈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노브랜드 감자칩’(890원/110g)도 출시 4개월 만에 200만개가 팔려 감자칩 ‘프링글스’(3180원/150g)를 물량 기준 4배 이상 제쳤다.

 이마트의 노병간 노브랜드 상품개발팀장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글로벌 과자 공장들이 몰려 있는 동남아를 공략했다”며 “말레이시아 제과업체인 ‘마미’를 설득해 감자칩을 만들었고 이번주부터 980원짜리(110g) ‘사우어&크림’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마미는 애초 노브랜드 상품 생산에 난색을 표했지만 이마트 측이 대량발주, 생산규격 일원화 등을 제안해 상품생산이 성사됐다. ‘노브랜드 버터쿠키’(2980원/400g)는 두바이 박람회에서 인도네시아 ‘PT’사를 만나 개발·생산계약을 맺은 케이스다. 특히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과자는 인도네시아에서 만들고 용기는 더 생산 단가가 낮은 터키에서 생산하는 이원화 전략을 짜냈다.

 외국 현지 음식들은 이마트 간편가정식 브랜드인 ‘피코크’메뉴로 재탄생 중이다. 이마트는 이달 들어 미국 식품사인 J.R.심플롯 컴퍼니와 손잡고 ‘피코크 감자튀김 6종’을 출시했다. 이마트는 피코크 메뉴를 현재 약 550종류에서 내년엔 최소 10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노브랜드 종류도 획기적으로 늘려 매출 목표치를 올해 약 200억원에서 내년 1000억원으로 5배 높여 잡았다. 이마트 고위 관계자는 “이제 대형마트도 점포수나 공장 소재지, 가격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새로운 상품과 가격을 개발해 소비자가 항상 기대를 갖는 공간으로 만드는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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