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의존도 심해져 경기 둔화 휩쓸릴 우려 VS 243조 EU돈 들어와도 인플레이션 걱정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기사 이미지

로사티 전 외무(左), 라치코 전 재무(右)

폴란드 경제가 순항 중이지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날의 칼’과 같은 유럽연합(EU) 기금과 중국 의존도 때문이다.

폴란드 경제 구루들의 진단

폴란드가 2004년 EU 가입 이후 2013년까지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해 지원받은 금액은 820억유로(약 10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는 이를 뛰어넘는 1058억 유로(약 137조원, 농촌발전기금 포함)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기금 투입이 종료되는 2020년 이후의 상황이다. 건전 재정과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자칫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최근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시각도 있다. 안드르제이 두다(43)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16+1’(중·동유럽 16개국+중국) 협력체 발족식에 16개국 국가 원수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1차 지분 참여를 결정하는 등 발 빠르게 중국에 다가가고 있다. 특히 2013년 개통한 폴란드 우치~중국 청두(成都) 화물 열차 노선도 폴란드가 내세우는 대표적 인프라다.

 이러한 상황에 폴란드 경제계의 양대 ‘구루(Guru·대스승)’로 불리는 전직 장관의 시각은 달랐다.

바르샤바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대권 후보로도 부상했던 다리우시 로사티(69) 전 외무장관(1995~1997년)은 10일 바르샤바 현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 둔화가 결국 폴란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사티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독일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며 “여기에 미국의 긴축 정책까지 시작되면 폴란드 경제가 크게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치~청두 정기 화물 열차 사업도 상징에 불과하다며 기금으로 받은 돈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사티는 “중국과의 철도 기반 물류 인프라를 갖췄다고 정부가 알리고 있지만 운송량은 부족한 편”이라며 “중국으로의 물류 대부분은 배를 통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로사티의 비판적인 전망과 달리 폴란드중앙은행 이사회 구성원인 안드르제이 라치코(62) 전 재무장관(2003~2004년)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라치코는 11일 “폴란드 경제는 막대한 EU 기금의 투입에도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이뤄냈다”며 “EU로부터도 통화 약세를 인정받아 수출 경쟁력에도 나쁜 영향이 없다”고 분석했다. 폴란드는 EU에는 가입했지만 유로존에는 참여하지 않아 독립 통화인 즈워티(Złoty)를 사용한다. 유로가 미국 달러에 비해 저평가 받는 가운데 즈워티는 유로보다 약세라 수출 경쟁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는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이라 EU 기금의 지원이 없이도 향후 원활한 재정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 경제에 대해 라치코는 “중국이 수출로 성장했는데 내수 경제로 눈을 돌린 것은 잘한 일”이라며 “증시 등 금융 시스템만 잘 정비한다면 경착륙과 같은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르샤바=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