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회담 결렬 뭐가 문제였나…남북 관계 경색 불가피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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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ㆍ25 합의 후속으로 11~12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남북 당국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남북은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12일 브리핑에서 “판문점을 통해 연락하자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면서도 “북측으로부터 분명한 답은 없었다”고 전했다. 남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 결렬 전 협상 재개 용의를 밝혔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 황 차관은 “월요일(14일)에 다시 협의했으면 좋겠다는 우리 입장을 (12일 오후6시5분에 마지막으로 열린) 수석대표 접촉 직전에 통보했다”며 “이에 대해 북측은 (수석대표 접촉에서) 남측이 관광 재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협상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북한은 남북 당국회담 이틀간 “금강산 관광 재개 입장을 분명히 해서 먼저 합의문에 명시하면 (남측이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 관련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북측이 11~12일 한 번의 전체회의와 다섯 번의 수석대표 접촉에서 이런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측이 제기한 이산가족 문제 등의 의제에 대해선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남측이 제기한 의제는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ㆍ15 경축사에서 처음 제안했던 환경ㆍ민생ㆍ문화 등 3대 통로 개설▶DMZ 세계 생태평화공원 조성▶개성공단 3통(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 등이다. 회담 개시 후 첫 만남인 11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남측은 기조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등도 제기했다고 한다. 황 차관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선 핵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황 차관은 개성공단 현지 브리핑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을 ‘동시 추진, 동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밝혔다”며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선결조건이 해결되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합의문을 먼저 넣자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실질적 협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됐다.

남측이 제시한 금강산 관광 재개 선결 조건은 ▶박왕자씨 피격 사건 진상 규명▶관광객 신변안전 관련 제도적 장치 마련▶재발 방지 대책 수립▶사업자의 사업권리 보호다. 황 차관은 북한이 남측의 선결조건에 대해 “협의는 할 수 있다”면서도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신변안전 보장 문제를 분명히 얘기했고 해결된 문제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남측 대표단은 별도로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한때 “금강산 관광을 3~4월에 재개하면 이산가족 상봉도 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내놨으나 남측 대표단은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문제는 연계할 수 없다”고 응했고, 회담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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