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법시위 이어 불법파업 하겠다는 민주노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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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6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된 노동 관련 입법을 저지한다는 명분이다. 한 위원장은 정권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구속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시위-구속-총파업으로 이어지는 강경투쟁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장본인은 한 위원장이다.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총파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1년 넘게 이어진 대화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엔 노동개혁 법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합의가 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투쟁과 총파업만 외쳤다. 그래놓고 한국노총이 참여한 노사정위의 합의안을 전면 부정하며 불법시위와 불법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1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불법이다. 근로조건이나 임금 등 사용자가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노사정위라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합의된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이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자신이 비정규직까지 포함된 2000만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대기업·공기업·공무원 노조 중심으로 구성된 전체 노동자의 3%에 불과한 노동단체의 대표일 뿐이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법안’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당리당략으로 야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야당에도 압력을 넣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1일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나 “노동개혁 악법을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당(公黨)이 노사정 합의보다 민주노총의 입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인가. 정치권의 이런 태도가 민주노총의 비타협적 강경 노선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 강경세력은 친노동계인 노무현 대통령조차 신자유주의 노동구조를 고착시키려는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어렵게 성사된 노사정 합의가 민주노총의 폭력투쟁과 야당의 정략에 따라 변질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