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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디지털 숫자 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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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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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논설위원

디지털 시대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숫자 감각이다. 가령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이라면 백만, 천만 클릭은 기본이다. 싸이의 신곡 ‘대디’는 유튜브에서만 4400만 뷰를 돌파했고, 빌보드 싱글차트인 ‘핫100’에 진입했다. 웹 예능 ‘신서유기’는 중국에서의 열띤 반응과 함께 5000만 뷰를 넘었다.

지나친 단순화의 우려가 있지만 초대박이어도 1000만 관객 영화, 시청률 20%대로 1위를 찍는 TV 프로그램의 ‘숫자’들과는 천양지차다. 이미 시장이 글로벌인 데다 전 세계인이 실시간 실수로 누른 것 하나하나까지 다 누적되니 그럴 만하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집계 불가였던 천문학적 숫자들이 쏟아지니 현실감이 마비되는 느낌마저 든다.

 올 한 해 전 세계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뮤직비디오 제외)은 미국의 네 살배기 소녀 춤꾼 헤븐 킹의 커버 댄스 영상 ‘워치 미’로 1억1600만 뷰였다. 10위는 못된 트윗을 읽는 명사들의 반응을 담은 abc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 중 오바마 편으로 3400만 뷰였다. 10위까지 영상의 조회 수를 합하면 5억5600만 뷰, 시청 시간으로는 2500만 시간이다.

 뮤직비디오 부문을 보면 숫자는 더 커진다. 유튜브에서는 아직도 뮤직비디오 시청이 일반 동영상 시청에 비해 압도적이다. 12억3000만 뷰로 1위에 오른 위즈 칼리파의 ‘시 유 어게인’에 이어 마룬 파이브,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 등 톱10 뮤직비디오 영상의 총 시청 시간이 놀랍게도 무려 3만7000년에 달했다. 국내는 어떨까. 올해 유튜브 국내 뮤직비디오 1위는 빅뱅의 ‘뱅뱅뱅’으로 8600만 뷰, 일반 동영상 1위는 ‘뽀로로와 노래해요 2기 전편’으로 1880만 뷰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숫자 감각을 제대로 보여주는 증표는 따로 있다. 미국의 미디어 컨설팅 회사 액티베이트의 ‘기술과 미디어 전망 2016’에 따르면 2014년 미국인(성인 근로자)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31시간28분이었다. 그만큼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비디오 시청 5시간18분, 오디오 청취 3시간39분, 소셜미디어 1시간27분, 게임 22분 등 기술과 미디어 관련 소비가 11시간이 넘었다. 하루 일과 중 제일 시간이 긴 활동은 수면 7시간6분→일·교육 6시간4분→비디오→오디오 순이었다.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시사점은 있다. 디지털 시대 미디어 소비는 엄청나게 높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거의 유일한 자산이던 ‘하루 24시간’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