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의화 "국회는 외부 압력으로부터 자율성 지키려 얼마나 노력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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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은 2015년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마치며 "정기국회 100일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예산을 작년에 이어 법정시한에 무사히 처리했고 상당수 법안을 처리했지만 마음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의 대립으로 쟁점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가뿐한 마음으로 정기국회를 마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그 근저에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를 원만히 운영하려 한 저로선 민망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정 의장은 "한사람 한사람이 헌법기관인 국회가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의미있는 기여를 했나,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타협과 공감의 정치로 바꿀 토대를 과연 마련했는지 스스로 던져보는 질문에 답을 내리기 힘들다면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의 이유를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의장의 발언 전문.

"오늘로 2015년 정기국회 끝난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였다. 지난 100일 숨가쁘게 달려왔다. 예산은 작년에이어 법정시한내에 무사히 처리했다. 또 상당수 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오늘 우리 마음이 가볍지 않다. 정치와 국회를 보는 국민의 눈도 따뜻하지 않다. 국민들의 정치와 국회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19대 국회를 마치면서 국민대표인 우리는 자신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19대 국회의원으로 등원하며 다짐한 초심을 우리는 얼마나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습니까. 한 사람 한사람이 헌법기관인 국회가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의미있는 기여를 했나. 표만 생각하는 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길 터주는 정치에 충실했나. 지역관리를 이유로 의정활동에 소홀하지 않았나. 외부 압력으로부터 자율성을 지켜내기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타협과 공감의 정치로 바꿀 토대를 과연 마련했나. 경제 숨통을 터주고 국민들의 삶의 질 을 개선할 법안들은 얼마나 많이 만들어냈나. 스스로 던져보는 이런 질문에 답을 내리가 힘들다면 거기서 바로 지금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의 이유를 찾아야할 것이다.

정기국회를 마치는 이 순간까지 주요 쟁점 법안이 합의되지 않았다. 지난12월2일 여야가 합의해 오늘 처리키로 약속까지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가뿐한 마음으로 정기국회를 마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쟁점법안이 합의되지 않은 원인을 살펴보면 근저에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하기보다 윽박지르고 반발하고 서로 비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정기국회를 넘기게 됐다. 어떻게든 대화와 타협통해 국회를 원만히 운영하려 한 저로서는 민망하기 짝이없다.

선거구 획정 기준 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 역시 심각한일이다. 국민의 존엄한 권리인 선거권이 침해되고 출마하려는 후보들이 갈피를 못잡게된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전혀 아니다. 어떤 경우가 있어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까지는 해야한다. 정기국회 끝나가지만 우리는 숙제를 안고 임시국회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한번 국회의원의 책임윤리를 환기한다. 정당 정파 선거유불리 넘어서 국민대표로서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남은 기간에서만이라도 제대로 보여주길 고대하고 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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