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6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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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는 것인가. 후덥지근한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더니 어느새 장마다. 무성한 여름이 지나가는 자리. 둘러보면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먹구름이 가득하다.

시가 아니어도 바쁘고 어려운 것 투성이인데 오늘 우리에게 있어 시란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 굵은 빗줄기처럼 시원한 감동의 시 한 줄금 있으면 좋겠다.

이번 달 응모된 많은 작품을 보면서 선자는 답답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다' 할 만한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이것이다'라고 자신있게 지목할 수 있는 작품이 되려면 다른 무엇보다 시적 감동이 있어야 한다. 감동을 주는 뭉클한 작품은 어디에서 오는가. 거대한 이상이나 고상한 관념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시멘트 바닥을 뚫고 나온 민들레'와 '비에 젖는 버려진 가구'에도 시의 감동은 있다. 거창한 것보다는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대해 보다 많은 애정을 가져달라는 얘기다. 시조의 경우는 형식적 제약으로 인해 실감과 시적 감동이 넘치는 작품들이 더욱 요청되는 장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묘목씨의 작품 '수화'를 장원으로 뽑는다. 완결성보다는 가능성에 비중을 두었다. 보내온 작품 모두가 시조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를 대상으로 하였다. '전할 수 없는 울림으로 숨긴 말'이란 가구(佳句)가 돋보인다. 각 장은 물론 각 수의 연결에 보다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박종금씨의 '못 자국'은 단정하면서도 은은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굳은 살 박힌 곳에 따라 박힌 생활의 고단함이 가만히 만져진다.

송순만씨 작품 '담쟁이'는 많이 다루어진 소재임에도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변화하고 있어 자칫하면 빠지기 쉬운 안이함을 가까스로 극복하고 있다. '행복의 샘물'이라는 표현이 아무래도 전체 격조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태순, 조은세, 김성찬, 김병문, 백승만, 이선천 제씨의 작품이 마지막까지 거론되었다. 노력해주시기 바란다.

<심사위원:김영재.이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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