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 健保, 봉급자만 '봉' 안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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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직장과 지역 건강보험의 재정이 예정대로 7월 1일부터 통합될 전망이다. 재정통합을 2년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나라당의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보 재정통합이 충분한 사전준비를 거친 후에 이뤄지기를 바랐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예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랐는데 야당이 부실해 정부의 계획대로 시행되게 됐다.

기왕에 통합 스케줄이 확정된 만큼 정부에 몇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우선 봉급생활자들의 불안감을 씻어 주어야 한다. 지역보험의 자영자 소득자료 파악률이 34%에 불과한 상태인데 소득이 1백% 드러나는 직장 봉급생활자들이 재정통합으로 지역가입자 부담까지 떠맡아야 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다.

실제 봉급생활자보다 소득이 훨씬 많은 의사.변호사 등 여러 형태의 자영업자들이 보험료를 적게 내는 경우가 많다. 또 소득자료 파악률이 34%라고는 하지만 이나마 엉터리가 적지 않다 하니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 현실이 계속되면 봉급생활자들이 건보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직장 건보 가입자는 소득을, 지역건보 가입자는 소득.자동차와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다. 돈을 내는 기준은 다른데 지출은 똑같이 하니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떤 방식이든 단일보험료 부과체계가 마련돼야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 봉급자는 이래 저래 봉이라는 의식이 안들게끔 공정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2000년 7월 조직통합 이후 건보공단의 직원수가 1만명이 넘었다.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현재의 건강보험은 소액 경증 의료는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중증 의료에 대해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반쪽 건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관리.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