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역 무궁화호 다시 서게 해달라” 소송 낸 주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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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 동래구 주민들이 동래역에 정차해온 무궁화호를 되살리라는 소송을 제기한다.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동래역의 여객 업무가 중단된 지 약 2개월 만이다. 주민들은 “잘못된 수요 예측과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며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잘못된 수요 예측, 주민 동의 없어”
철도시설공단은 예산 문제로 난색

 부산 동래 주민들로 구성된 ‘동래역 되찾기 동래구민 운동본부’는 9일 부산지법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사업계획 변경수리처분의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한다고 8일 밝혔다. 손문권 운동본부 회장은 “동래역의 역사성과 주민 수요를 고려했을 때 국철 운행 중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1934년 개통된 동래역은 81년간 부산 동래 지역의 열차 여객 업무를 맡아왔다. 학생과 출퇴근 직장인이 주로 이용했고 시장 상인 승객도 많았다. 지난 한 해 23만 명, 하루 평균 약 640명이 동래역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근 아파트 건축 등으로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난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동래역 업무는 지난달 12일 중단됐다.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사업에 따라 기존 동래역을 허물고 광역전철 전용역을 만드는 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부산~울산~포항을 잇는 동해남부선은 2018년 완공된다. 이 중 부산 1단계 구간(부전~일광)은 내년 하반기 개통한다. 부산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동래역엔 국철 대신 광역철도만 정차하게 된다. 대신 무궁화호는 부전·수영·해운대·기장에서 탈 수 있다.

 운동본부 측은 “동래역 국철 정차 중지를 놓고 주이용객인 동래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나 공청회 한 번 하지 않았다. 80여 년간 서민의 삶과 애환이 서린 역사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운동본부는 지난달 국철과 광역전철이 함께 정차할 수 있게 역 설계를 변경해 달라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사업비가 추가 발생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거부했다. 김종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차장은 “동래역은 광역철도용으로 설계돼 국철을 정차시키려면 역을 새로 짓는 것만큼 예산이 든다”며 “주민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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