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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하여 … 아들은 재활의료기 사업 일으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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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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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호영 대표가 라파엘 글러브를 끼고 복어잡기 게임을 하는 재활치료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형은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기에 만날 그런 사업을 하재?”

투자 줄잇는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
부친 뇌졸중으로 재활 설비에 관심
게임 접목 웨어러블 기기 만들어
대형병원 10곳 쓰고 미·유럽 인증
해외제품 절반 가격, 치료비 절감

 2010년 초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MBA)에 다니던 반호영(38) 네오펙트 대표는 당시 남가주대학(USC)에서 유학 중이던 최용근(40) 네오펙트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이렇게 물었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자주 통화하던 두 사람의 단골 화제는 ”어떤 사업을 할까“였다. 최 CTO는 ‘세차를 해주는 벌레만한 로봇’, ‘전설적 투수의 구질을 재현하는 타자 훈련 로봇’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반 대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리고 왜 자꾸 이런 제안이 나오는지를 캐물었다. 머뭇거리던 최 CTO는 ”나 요즘 재활로봇 알고리즘을 하고 있는데, 잘 안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반 대표는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꽂혔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네오펙트의 시작은 이랬다. 네오펙트는 스마트재활의료기기 ‘라파엘 글러브’를 개발한 업체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글러브를 끼고 ‘복어잡기’ 등 30여 종의 게임을 하면서 손가락과 손목, 팔을 단련한다. 인공지능이 환자 수준에 맞는 게임을 제안하고 의료진은 저장된 훈련 데이터를 보며 처방을 내린다. 네오펙트는 라파엘 글러브 외에도 다양한 웨어러블 재활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네오펙트는 글러브 외에도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58억원 상당의 투자도 받았다.

 반 대표가 재활에 ‘꽂힌’ 배경엔 남다른 가족력이 작용했다.1998년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경험을 갖고 있다.큰아버지 두 분도 뇌졸중으로 고생했고 사촌형도 같은 질환을 앓았다. 환자와 가족이 재활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재활을 돕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네오펙트의 첫 목표는 최 CTO가 연구하던 재활로봇보다 사용하기 편리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재활기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2010년 4월 회사를 세웠고 당장 개발에 들어갔다. 4년 고생 끝에 지난해 12월 라파엘 글러브가 출시됐다.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인증을 받았고 현재 국립재활원과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 10곳에서 사용 중이다. 가격은 해외 업체 유사 제품의 절반 수준인 1000만원이다.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뇌졸중으로 연간 발생하는 직간접적 비용은 620억 달러(약 72조원)에 달한다. 미국 뇌졸중 환자는 입원 치료에 7만7000달러, 재활비용으로 1만7000 달러를 쓴다. 상당수가 비용 때문에 재활 치료를 중도에서 포기한다. 네오펙트는 재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미국 병원을 공략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냈고 폴란드에 거점을 두고 유럽 마케팅도 시작했다. 반 대표는 “내년엔 미국 병원 100곳 입점이 목표”라고 말했다.

 네오펙트는 앞으로 스마트 재활치료 기기와 솔루션을 늘여갈 예정이다. 상체 재활 훈련용 ‘라파엘 바디’와 발달장애· 뇌성마비가 있는 4~13세 어린이를 위한 ‘라파엘 키즈’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반 대표는 “재활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가 매일 집에서 혼자서도 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내년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홈버전 라파엘 글러브를 100만원 정도에 공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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