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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해대교 순직 故 이병곤 센터장 영결식

중앙일보

입력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고(故) 이병곤 센터장님의 숭고한 희생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항상 소방관이 천직이라며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슴하셨습니다. (사고 당일) 펌프차에 올라타며 ‘가슴이 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입니다. 비록 센터장님을 지켜드리지 못했지만 사모님과 두 아들만큼은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 품고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영면하십시요. 당신은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지난 4일 서해대교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이병곤(54ㆍ지방소방령) 평택소방서 포승안전센터장의 동료 소방관은 7일 이렇게 이 센터장을 눈물로 보냈다.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평택시 소사벌레포츠타운 청소년체육관에서 열린 영결식에서다. 주차장에 세워진 10여 대의 소방차에는 “故 이병곤님 안녕히 가십시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결렸고 각계에서 온 조화 50여개가 영결식장을 안내했다.

이날 영결식은 장의위원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안희정 충남도지사·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김종양 경기지방경찰청장과 유가족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고인에게 남 지사는 1개급 특진을, 박 장관은 녹조근정훈장을 각각 추서했다. 남 지사는 영결사를 통해 “비통하고 비통합니다. 이 무슨 하늘이 무너지는 일입니까. 이 허탈하고 황망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며 “늘 ‘진정한 소방관은 외로운 독립군이다’고 말하던 고인의 업적을 경기도민은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고 했다.

이어 유족·친지 등 참석자들의 헌화와 분향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검은색 정복과 오렌지색 구급대원복을 입은 동료들은 양쪽으로 도열한 채 이 센터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경례와 함께 지켜봤다.

이 센터장의 부인 김순녀(48)씨와 노모는 오열했다. 이 센터장의 운구 차량은 근무지였던 평택소방서와 포승안전센터, 세종시 은하수화장장 등을 거쳐 대전국립현충원으로 이동했다. 이 소방령은 이날 오후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충남 청양 출신의 이 센터장은 1990년 3월 소방관에 입문한 뒤 25년간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지난 4일 오후 서해대교 목표 방향 2번 주탑 케이블에서 불이 나 현장에 출동했다가 끊어진 케이블에 맞아 순직했다.

이 센터장은 평소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진정한 소방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2년 2월 경기도 안성시 금광저수지 차량 추락사고 당시 목숨을 걸고 구조 활동을 펼친 것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직접 산소탱크를 메고 수심 7m 호수에 들어갔다가 산소통이 얼어붙는 바람에 사고를 당할 뻔했지만 끝까지 구조 활동을 펼쳤다.

2009년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 타워크레인 사고 당시에는 65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 조종사를 구조했다.

이처럼 이 센터장은 25년간 생사를 넘나들며 현장에 있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11년 소방의 날 유공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비롯해 경기도지사 표창(2회), 소방서장 표창(2회) 등을 받았다.

평택=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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