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연말 법안 청소부 법사위… 8일 법안 250건 처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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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국회 종료(9일)를 앞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시한에 쫓긴 채 ‘법안 벼락치기’로 각 상임위에서 밀려오는 법안들이 쌓이고 있기때문이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형식과 자구를 심사해 본회의에 올릴지, 보류할지를 결정한다. 본회의로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다.

8일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전 10시에 열릴 법사위 전체회의에는 무려 250여 건의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법안은 1338건(12월3일 기준)이다.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362건과 법사위 소관인 976건을 합친 수치다. 8일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250여 건은 1338건 중 여야 간사가 숙려기간(다른 상임위에서 온 법안은 법사위에 회부된 뒤 5일이 지나야 상정한다는 조항) 등의 조건을 충족한 법안을 중심으로 선정한 것이다.

타 상임위 법안들은 정기국회 막판에 법사위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12월3일까지 불과 일주일 사이에 106건이 불어났다. 법사위 관계자는 "상임위들이 밀린 숙제를 하듯 법안들을 법사위에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앞두고 2시간 동안 진행된 전체회의에서도 242건을 논의키로 했지만 시간제약때문에 30건만 상정됐다.

이런 '법사위 병목 현상'으로 인한 폐해는 심각하다.

처리해야 할 법안이 많다보니 여러 법안들을 하나로 묶어 처리('대안' 방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때문에 민생법안들의 발이 묶인다는 점이다. 7개월동안 법안소위에서 단 한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월 단위로 건강보험의 연체료를 부과하는 방식에 따르다 보니 하루만 늦어도 한달치의 연체료를 내야하는데, 이를 하루 단위로 바꾸는 내용이다. 하지만 복제약(제네릭) 허가·특허제와 관련해 발생한 건강보험의 재정 손실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로부터 환수하는, 전혀 무관한 내용의 개정안과 함께 묶여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한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이미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6월부터 연체료를 하루 단위로 부과하게 됐다.

법사위는 법사위대로 "상임위에서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채 올라온 법안이 법사위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5년이 지난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택시를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 있는 내용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이 산업통상자원위를 통과한 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노후택시가 국민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의견을 밝혔고, 장애인단체에서도 “중고 LPG 차량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그래서 법사위는 본회의에 넘기는 대신 소위에서 재론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소위로 가면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법사위가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게이트키핑(선택해서 걸러내는 일)’ 창구인 만큼 의원들간의 개인 감정때문에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보통 다른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온 법안들은 소위 심사 여부를 전체회의서 결정하는데, 특별히 쟁점이 없는 법안이라도 법사위원 한두 명이 반대하면 소위로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법사위 계류법안 1338건 중 9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법안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국회 관계자는 "15일 20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의원들이 지역구로 내려가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때문에 그 이후엔 회의가 열리기 쉽지 않다"며 "상당수가 폐기수순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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