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공개한 35번 환자 퇴원…“빨리 회복해 의사 일 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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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돼 사선을 넘나들었던 삼성서울병원 의사 A씨(38·35번 확진자)가 6일 퇴원했다. 메르스 감염이 확인된 5월 31일로부터 190일 만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 관계자는 “35번 확진자가 일상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 회복해 퇴원이 이뤄졌다. 당분간 집에서 요양하면서 통원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폐섬유화로 기능 50% 수준 약화
후유증 치료 환자 2명으로 줄어

 외과 전문의인 A씨는 5월 27일 응급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옆 병상에 있던 14번 메르스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그는 그동안 생사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 자발적으로 숨을 쉬지 못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환자의 피를 밖으로 빼내 산소를 넣어 몸에 재주입하는 장치)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 그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메르스 자체는 7월에 완치됐지만 폐섬유화(폐 조직이 망가져 딱딱하게 굳는 현상) 등 후유증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상담치료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감염 전과 비교했을 때 폐 기능이 45~50% 수준으로 떨어졌고, 오래 입원해 있는 동안 전신에 근력이 약화돼 걷기 힘든 상태다. 강도 높은 외과의사의 업무를 감당하려면 1년 이상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번 망가진 폐 조직은 원래 상태로 복구되지 않기 때문에 남아 있는 부분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퇴원이 결정되자 “빨리 체력을 회복해 의사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4일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총회 등에 참석해 시민 1500여 명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A씨로 인한 대규모 감염 사태를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그 직후 A씨는 “메르스 증세가 나타난 직후 스스로 격리하고 신고했기 때문에 접촉한 사람은 아내뿐”이라고 주장하며 박 시장에 대한 원망을 표시했다. 그 뒤 A씨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A씨로 인한 메르스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35번 환자에게 심적 부담을 느낀다. 병문안을 갈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이에 대해 “사실도 아닌 말로 나를 이렇게 망가뜨려 놓고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사과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의 퇴원으로 메르스 후유증 치료를 받는 환자는 2명(74번·165번 확진자)으로 줄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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